육체와 정신은 동시적 작용을 하는 일원론이다.
“정신은 육체의 화학적 작용이라고 하셨나요? 그것이 무슨 뜻인가요?”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내원한 40대 중반의 J 씨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온몸이 무기력하며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야 하는 과민성대장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다 우울증과 불안증세가 심해서 이유 없이 울적하고 억울한 마음이 자꾸 든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그 증세는 치료가 되지 않았다. 병원에 가면 정신적인 문제라고 했고 한의원에 가면 기가 빠졌다고 했다. 그는 여기저기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를 못 보았다고 토로했다.
나는 그에게 육체와 정신의 문제를 자세히 말했다.
“현재 나타나는 정신적 문제는 모두 육체의 화학적 작용이라는 뜻입니다. 육체와 정신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닙니다. 동시에 나타납니다. 육체는 물리적 실체이고 정신은 화학적 실체로 동시적 작용을 합니다. 즉 몸이 아프기 때문에 정신이 아프다는 뜻입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당연합니다. 육체적 문제가 정신적으로 그리 나타난 겁니다. 원인은 육체이고 느끼는 것은 정신일뿐입니다. 이는 체질공학의 관점으로 보면 일원론이라는 뜻입니다.”
서울의 명문대 출신으로 엄청난 독서량을 지닌 지식인이었지만 그는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가 느끼기엔 정신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병원에 가도 대부분 정신과를 추천했으니까요.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육체적 증세라는 말씀이 퍼뜩 이해가 안 됩니다.”
나는 그에게 정신과 육체의 이원론에 대해서 설명했다.
육체와 정신을 분리한 데카르트(1596~ 1650)의 이원론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정신과 육체가 따로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는 정신과 육체는 서로 다른 종류의 실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두 개의 실체는 인과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정신과 육체가 인과적인 상호 작용을 하는 특정한 장소가 사람의 몸 안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의 이원론은 정신과 육체가 분명히 구분되고 정신이 육체보다 더 중심적이라는 주장이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두뇌생리학이 발달하기 이전 근대적 사고의 한계가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실체라는 것이 두뇌신경학이나 호르몬, 경락의 기체계, 혈액순환 등의 이론이 없던 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28 체질의학의 육체와 정신이 합일된 일원론
데카르트가 말하는 두 개의 실체, 생각하는 실체와 공간을 점유하는 실체는 따로따로 있을 수가 없다.
신체의 두뇌를 중심으로 하는 신경세포들의 조직망들과 정신은 하나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28 체질의학으로 보면 육체가 정신이고 정신이 곧 육체이다. 육체 속에 있는 화학적 작용이 정신으로 나타난다. 또 정신 속에 있는 물리적 작용이 육체로 나타난다. 이는 육체와 정신이 동시적 합일체로서 분리할 수가 없다는 일원론이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서양의학에 미친 지대한 영향력
르네 데카르트는 17세기 초기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이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 혹은 '근대성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의 대표 저서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를 주장했다. 이는 계몽사상의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주체'의 근본 원리를 처음으로 확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원론의 사상은 서양의학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육체와 정신을 분리하고 인체를 유기체로 보지 않고 단절체로 구분한 것이다. 심장전문이나 간전문, 신장전문 등 등처럼 인체 장기를 따로 분리해서 연구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정신과로 내과와 분리한 것도 이러한 이원론의 영향이다. 하지만 동양의학에서 이러한 이원론은 없다. 몸을 유기체로 보며 일원론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생각이 납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교양과목으로 철학수업을 많이 들어서 잘 압니다. 철학이 의학에 그렇게 영향을 미쳤군요. 이해가 충분히 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하다 다시 이어서 말했다.
‘체질의학의 육체와 정신이 일원론이라는 말씀이 참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몸이 좋을 때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없었거든요. “
나는 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뇌도 몸과 따로 노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메인보드가 다 연결되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부품이 연결되어 작용을 하지요. 체질공학으로 보면 뇌와 오장육부는 서로 연동이 되어 작용합니다. 육체에서 정신을 뗄 수 없고 정신도 역시 육체에 속합니다.”
그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불쑥 말했다.
“그것을 어떻게 증명하실 수 있나요?”
“몸을 고쳐서 정신이 정상화되는 것이 곧 증명이지요. 저 역시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고 자살충동을 느낀 사람으로서 온몸으로 많이 느꼈지요. 저는 상기증이라는 거의 불치병을 겪었어요. 유명한 한의원에서도 그것을 고칠 수 없다고 했지요. 하지만 저는 육체와 정신의 일원론을 깨닫고 체질의학으로 그것을 완치시켰어요.”
나는 그에게 육체와 정신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설명했다.
육체를 이성으로 통제한다는 잘못된 생각과 개념
이성은 육체와 분리된 정신이라는 이원론적인 사고가 있다.
그렇지 않다. 이성 역시 육체의 화학적 상태가 나타난 것이다. 고유한 이성의 영역은 없다. 저학력이지만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 있다. 불운한 환경으로 공부는 하지 못했지만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반대로 고학력으로 엄청난 스펙을 쌓았지만 이성을 잃는 사고와 행위를 하는 사람도 또한 많다. 이는 육체를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야생마 같은 육체를 이성이 마치 통제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과 개념이다. 이성이 루틴을 만들어 훈련으로 좋은 습관을 들이고 운동으로 육체를 만들어 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육체와 정신이 동시에 그런 루틴과 훈련, 습관, 운동을 만드는 것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분리된 의미가 아니다. 건강한 육체가 곧 건강한 정신이라는 뜻인 것이다.
그는 체질의학의 일원론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다.
체질적으로 보면 그는 태음인부체질에 소양인주체질이었다. 극심한 상기증과 과민성대장염이 우울증과 불안증의 원인이었다. 그에게 상기증을 치료하는 상기환과 과민성대장염을 치료하는 장염환을 복용하게 했다.
그의 증세는 빠르게 호전되었다. 그가 세 달 후에 다시 내원해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제가 우울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습니다. 너무 신기합니다. 제 몸의 상태가 정신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좋은 깨달음을 알려주시고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입장에선 대단한 결과지만 체질의학으로서는 흔한 치료이다.
체질의학의 육체와 정신은 동시적이며 하나의 유기체로서 일원론이다. 이를 안다면 정신적 나태함을 탓하지 말고 체질강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정신과 육체는 체질에서 비롯되며 체질을 강화하면 부자체질 혹은 성공체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