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체질의학 소설> 병입고황

병입고황(病入膏肓): 병이 고치기 힘들게 몸속 깊이 든 것을 뜻한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3. 마음이 아프면 몸은 병든다.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은 육체적인 병증으로 전환됐다.

그 죽음으로 어머니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백발이 되었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이 되었다. 승학은 고등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가끔씩 머리의 어지럼증과 두통을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몽롱한 정신에 기침이 심해졌다. 가래는 밭아도 계속 쏟아졌다.

기침에 좋다는 약을 복용해도 효과가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했지만, 차츰 몸이 이상하게 변해갔다.

그러다 승학이 고2 첫 학기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일이 터졌다. 통학버스를 타고 가다가 피를 토하며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각혈이 터져 나왔다. 시커멓게 엉킨 핏물이 여학생의 치마에 튀기는 것을 보면서 쓰러졌다. 두뇌를 조여는 의식의 나사가 풀리면서 나뒹굴어졌다. 콩나물시루 같은 통학차에서 실신한 것이었다.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언제 왔는지 부모님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드느냐? 괜찮아. 지금 상태는 좀 어때?”

평소에는 말이 없는 아버지가 말했다.

“괜찮아요.”

어머니는 승학의 손을 잡고 소리 내어 울었다.

“이 일을 어쩌면 좋노. 이렇게 누워있으면 어짜노. 빨리 일어나 걸어 다니고 공부도 해야지.”

이미 2명의 자식을 앞서 보낸 부모의 입장에선 가슴이 터지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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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상태입니다. 여러 가지 합병증이 겹쳤습니다. 폐결핵에 신장에 염증이 있고, 뇌에 이상이 있습니다.”

의사의 말이 몽롱하게 들렸다. 승학의 머리에는 딱정벌레 한 쌍이 뇌를 뚫고 들어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흐느낌과 아버지의 한숨이 먼 데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처럼 희미하게 들렸다.

“의사 선생님, 무슨 병입니까? 낫는 병이겠죠. 죽지는 않겠죠?”

어머니는 매달리듯이 물었다.

“자세한 병명은 조금 더 정밀진단을 해 봐야 알겠습니다. 검사를 몇 가지 더 해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버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곁에 있었다. 어머니는 다시 한숨을 쉬면서 나갔다.

승학이 질병에 대해들은 것은 폐결핵과 신장염이었다. 위장에 염증이 있으며 뇌에 대한 검사는 조금 더 걸린다는 것이었다. 승학은 입원을 해서 꼬박 열흘을 검사를 받고 누워있었다. 별 차도가 없었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치명적인 질환이 병에 걸려 있는 데다 합병증까지 겹쳤다. 심지어 뇌신경이 약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뇌신경 담당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입을 다물고 침을 흘리며 발작을 했다는 것을 보면 간질 같기는 한데, 반복성이 자주 없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간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뭔가 뇌신경의 문제가 분명히 있기는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어머니에게 다시 물었다.

“이 학생이 어릴 때 다른 아이들과 좀 유별한 점은 없었습니까? 예를 들면 다른 친구들과 안 어울린다든지, 남달리 조숙하거나 고집이 세다 든 지, 유별난 점 말입니다.”

“그런 것 많았습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앉아 무얼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았니더. 조숙한 점도 있고, 고집불통이었습니더.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어떤 기억은 특별히 잘하고 어떤 것은 기억을 못 하는 것 같이 느껴졌니더.”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조바심이 나서 다시 물었다.

“선생님, 그런 특이한 점이 있으면 무슨 병이 든 것 인교?”

“아, 아닙니다. 뇌신경의 이상이 있으면, 천재적이거나 아니면 간질, 정신착란, 망상증 등의 이상한 증세가 나타납니다. 지금으로선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이 학생은 뭔가 특별한 체질 같아요.”

승학은 잠이 든 척하면서 그 이야기를 다 들었다. 뚜렷한 기억력과 기억상실증, 발작이 있었다,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얽힌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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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은 열흘을 채우고 보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가난한 시골살림에 큰 병원에 오래 입원하여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낫는다는 보장도 없었고 병의 차도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좋다는 온갖 민간요법을 다 했다. 그러나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승학은 자신의 몸이 고장 난 기계 같다고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 수도 없고 명상도 되지 않는 극심한 고통이었다. 그러다 차츰 탈진상태가 되어 갔다.

몸은 뼈만 남고 극도로 메말라갔다. 입술 색이 흑갈색으로 변하고 살갗은 없고 뼈마디만 앙상하게 드러났다.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는 소말리아의 흑인소년처럼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곧 죽을 것 같은 무기력한 세월이 2 년을 훌쩍 넘어갔다. 친구들은 어느새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승학은 여전히 고 2의 첫 학기를 준비하는 학생이었다.

병은 2년 동안 거의 차도가 없었다. 회생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학은 가끔씩 아주 가끔씩은 생을 마감하려는 생각을 했다. 고통스러운 연명보다 자살을 꿈꾸었다. 모든 기력이 다 바닥에 떨어지고 난 뒤의 인간이 그렇듯이 승학은 벼랑 끝에 메 달린 느낌이 들었다.

“엄마 이 병은 낫지 않는가 봐. 틀렸어.”


기침은 심해지고 뼈마디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에서 희망을 가지기란 쉽지 않았다.

병원 약을 먹거나 한약을 먹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병이었다. 승학은 견딜 수 없어 서서히 삶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달랐다. 어머니는 승학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있었다.

“세상 구석 어딘가는 명의가 있을 끼다. 명의를 찾아 나서야 되겠데이. 니 보다 내가 더 못 견디겠데이.”

어머니는 남모르게 고통을 삭히고 승학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갔다. 나름대로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다니고 병원에 가서 약도 많이 타서 먹였다. 하지만 차도가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기도 했다. 승학은 힘든 몸을 이끌고 어머니가 이끄는 데로 여기저기 용한 의원을 찾아다녔지만 마찬가지였다.

“엄마 이젠 포기하고 싶어. 병원이나 한약방 다니는 것도 지쳤어.”

승학의 병은 절망으로 변해갔다. 온갖 좋다는 조약을 다 해 보았다. 병원에서 정규적으로 검진을 하고 약을 먹었다. 용하다는 한약방은 거의 다 가 보았다. 막상 가보면, 그토록 용한 의원들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승학은 마침내 한계를 느꼈다. 죽음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먼저 간 두 명의 형제처럼 그렇게 세상을 떠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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