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사랑을 확장시킨다
방학 마지막주.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임신을 아무래도 '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정해진 뒤 산전검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이가 마흔이니 기왕 산전검사를 할거면 난임병원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혹시나 결과가 안좋으면 진지하게 의사와 상담을 해보기로 했다. 남편에게는 일단 내가 먼저 가서 상담을 해보겠다고 알렸다.
마음을 정하고 해당 병원을 나보다 먼저 갔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병원에 대한 정보와 함께 산전 검사를 위해 난임 병원에 여러 번 가지 않으려면 생리 2일차에 가야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남편과 같이 갈까 여러 번 고민했지만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아직 본격적이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고, 막상 검사를 받은 뒤에 임신에 대한 마음이 커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 상황을 혼자 가서 보고 싶기도 했다.
크게 심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40대라서 결정이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직장 동료들 중에도 병원을 통해 임신한 케이스가 많았고, 친구는 시험관은 하지 않았지만 배란초음파를 보고 임신이 한방에 되었다고 추천하였다. 집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난임 병원은, 예약을 받지 않았고 진료를 보려면 오픈런을 해야했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은 자신이 없었기에-잠이 많다-, 8시쯤 갔다.
데스크 앞에서 어물쩡거리다가 처음왔다고 말을 건네니 접수원이 원하는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일단 검사를 받아볼 요량이었으니 길게 기다리고 싶지 않았고, 특별히 원하는 의사는 없다고 답변했다. 안내에 따라 대기자리에 가보니 가장 줄이 적은 곳이었다. 첫날은 피를 뽑고, 초음파를 보았다. 근종 수술을 한 이력이 있다고 말을 하였고, 의사는 자궁이나 나팔관 등은 현재 깨끗해 보인다고 하였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재진에서 받아 본 검사 결과는 대부분 정상 범주라는 것이었다. 호모시스테인 수치가 좀 높으니 엽산을 좀 더 추가해서 먹으라는 조언을 들었고, 남편은 매우 건강한 상태이니 자연 임신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나이가 있으니 배란 유도제를 먹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런 말이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결국 '모체'에서 생깁니다. 그곳에서 열달을 살고요. 그래서 엄마의 나이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을 들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의사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해주었고, 과학적으로 그런 것임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그의 태도와는 별개로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꽤 오랜시간 임신이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었으면 했다. 착상에 실패하는 것도, 유산을 하는 것도 모두 여성만의 책임이 아닌데도 '모체'에서 아이가 생기고, 산다는 이유로 여성을 탓하는 말들을 여러 SNS에서 보았다. 왜 여성들이 이른 나이에 임신을 할 수 없는지, 사회적 구조에 대한 논의 없이 과학이라는 말로 여성을 난도질하는 것이 싫었다. 분명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부부의 일인데도 난임 병원에서 상담을 하고 나오면서 결국 나의 몫이 대부분임을 깨달았고 스스로가 아끼지 않으면 아이를 갖고, 낳는 이 과정을 오롯이 버티기 힘들겠다고 생각하였다.
맞벌이가 필수가 된 세상에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특히 여자를 강하게 한다. 나의 커리어를 잃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아이를 잉태하려면 건강해야 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나 자신을 탓해서는 안된다. 나의 나이가 많아서 아이가 늦어지는 것일지라도 그것은 '잘못'이 아니니까. 결혼이 늦어진 것도, 내 결심이 확고하지 않았던 것도 모두 삶을 이어나가는 과정이지 '잘못'은 아니다. 아이를 늦게 갖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들더라도 나 스스로 감수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고 확신 없이 결혼을 할수도, 아이를 가질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남편과 나는 자연임신을 3개월 시도해 보기로 했다. 늦었지만 자연임신을 시도해 보지 않는다면 그 또한 아쉬울 것 같다. 배란유도제를 먹고, 배란초음파로 가임시기를 가늠해 최대한 임신 확률을 높이려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최대한 건강한 음식을 먹고, 술을 끊었다. 커피도 될 수 있으면 디카페인으로 마시고 녹차를 포함하여 카페인이 있는 음식은 안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흔이 되었지만, 가정에서는 여전히 초보다. 그래서 내가 갖게 될 '엄마'라는 말이 무겁고 어쩔 때는 나를 옭아매는 것처럼도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게도 한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나를 옭아맨 이 그물이 얼마나 나를 성장시킬까. 늦었다고 위축되지 말고 그 성장의 시간 또한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야겠다.
다행히 나의 자궁은 매우 정상이다.
나이 빼고는 문제는 없다는데,
그 나이가 문제라 둘다 체력이 매우 떨어진다.
그래서 최근에는 영양제를
열심히 챙겨먹고 있다.
포텐시에이터가 최고봉이래서 힘을 내야 하는 주간에는
매일매일 먹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