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소 시간인데요! *

by clavecin

* 지금 청소 시간인데요! (2025.07.12.(토)) *


- 지금 청소 시간인데요!


교사를 하면서 흔쾌히 하기 꺼려지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누가 지시한 사항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젊은 날의 나는 학교 관리자분들이 학생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전달하라는 내용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너무도 싫어서 요약하거나 무언가를 추가하거나 해서 전달했다. 전달받은 내용을 절대로 그대로 전하지 않았다. 교무수첩에 적힌 그대로 전하며 말하는 내가 왠지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다. 지금은 그대로 복사해서,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그대로 전하고 있다. 그때는 왜 그랬지?? 하하.

또 하나 싫어하는 일이 있다면 청소 감독을 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하는지 보자’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다. 내가 그런 수준인 것을 받아들이기가 싫고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청소 감독’을 해야 움직이는 아이들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청소 감독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도 말했다.


- 선생님은 일을 맡기면 그냥 믿어버려.

- 팔짱 끼고서 감독하는 것을 정말 싫어해.

- 나를 그런 수준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 않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그런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

- 하지만, 믿고 있었는데 중간에 점검했을 때 내가 생각한 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면, 확 돌아버려서 난리가 나. 그래서 조심해야 해.


청소는 7교시 수업이 끝난 뒤 20여 분 동안 진행된다. 7교시 수업이 바로 딱! 끝나는 것이 아니니 5분 정도 시간이 지체될 수 있고 또 20분을 다 채우는 것도 아니니, 정확하게 말하면 10분 정도가 청소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10분 동안 무슨 청소를 할까 싶은데 아이들은 어느새 후다닥 해 버린다. 아니, ‘했다고 한다.’ 하하.

음악실 청소는 보통 내가 담임했었던 학급의 아이들이 맡았었기에 어느 해는 여학생 학급이 하다가 또 어느 해는 남학생 학급이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우리 반 아이들이 청소하면 마음껏 혼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담임 학급이 아닌 학급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근래 몇 년 동안은 중간에 있는 1학년 7반 학생들이 하고 있었다. 작년까지는 7반이 남학생 학급이었지만, 올해는 여학생 학급이다.

3월이 되면 음악실 청소 대표 학생이 신입생 음악실 청소 맡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청소해야 한다고 일러주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 그 아이들이 알려주는 음악실 청소의 궁극적 목표는, 나에게 혼나지 않는 청소 꿀조언이라고 한다. 하하.

남학생과 여학생 중에 어느 학생들이 성실하게 청소하는지를 여기에 밝히면 돌을 맞을 수도 있을 듯하지만, 지면을 빌어 솔직하게 말하면 남학생들이 훨씬 더 성실하게 청소한다. 일단 맡은 일을 끝까지 완수하려고 하고 무엇보다도 일찍 내려온다. 음악실이 1층에 있어서 3층 1학년 교실에서 1층까지 내려오기가 쉽지 않은데도 종이 치자마자 내려와서 밖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7교시 수업이 끝나고 음악실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청소를 시작하는데 나는 가능하면 빨리 나온다. 마찬가지로 음악실 청소를 하는 아이들을 감독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지켜보고 있는 나를 견딜 수가 없다. 아, 아니면, ‘잘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될까?

7교시가 끝난 뒤, 1층에서 3층 교무실까지 오는 동안 각각의 교실과 복도와 화장실에서 청소하느라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올라오게 되는데, 청소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신기한 마음이 든다.


- 저 아이들은 아무도 감독하고 있지 않은데도 저렇게 열심히 청소하네?

- 혼자서 낑낑대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달려들어서 하네?


물론 대다수 교실에서는 청소하는 1/3의 학생들과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 2/3의 학생들이 뒤섞여 있다. 특히 A 학급의 경우, 밀지 않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놀랍게도 B 학생은 늘 복도를 쓸고 있었다. 언제나 혼자서만 청소하고 있는 B에게 어느 날은 참지 못하고 질문을 했다.


- B~, 왜 혼자만 청소하고 있는 건가요?

- 제가 맡은 일이어서요.


어느 날, ‘열심히 청소하는 아이들이 신기해!’라는 생각으로 3층까지 올라오다가 문득 우리 반 교실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며 교실로 향했다.


- 몇 명이 청소하고 있겠지.


교실 뒷문에 다다랐을 때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지금 청소 시간인데요!


청소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았고 책상에 앉아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날 아마 30분 동안 종례를 했을 것이다. 화가 났을 때 존댓말을 사용하는 나의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 요즘 누가 공부하려고 학교에 다닙니까!


뒤이어 말했다.


- 공부하려고 학교에 다니실 필요는 없습니다.

- 이런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기 위해서 학교에 다니는 겁니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었다.


- 부끄러워하십시오!

- 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죠??

- 청소 시간인데 내가 맡은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습니까?

- 청소 감독을 해야 하나요?? 아! 저는 그렇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감독이라고요? 저는 그런 수준의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여러분을 그런 수준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앞으로 청소 시간에 ‘몰래’ 가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매의 눈’으로 감사해야 하는 건가?? 아쉽고 속상하다. 이번 주에 3학년 아이들에게도, 2학년 아이들에게도, 또 1학년 아이들에게도 이런 아쉬움을 토로했다.


- 왜,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을 받을수록, 점점 자유로워지고 망가져 가는가!

- 왜 점점 더 좋아지지 않는가!

- 우리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이런 글을 읽었다.


- 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 (Robert Fulghum)

-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인생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운다. (로버트 풀검)


바라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는 아이들이 행동으로도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사람으로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다. 누가 보건 보지 않건 맡은 일에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경험하면 좋을 텐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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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와 D가 대걸레를 들고 찾아왔다.


- 선생님! 대걸레 머리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자세히 보니, 멀쩡한 것이었다.


- 괜찮아 보이는데, 왜 바꿔야 할까요??

- E 벌레가 나왔어요!

- 엥??


복도에 걸어놓은 대걸레 머리에서 E 벌레가 나와서 잡기는 했지만, 청결을 위해서 새것으로 갈아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서 새것을 받았는데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비닐장갑이라도 있으면 교체하기가 수월할 것 같은데 장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말해 주었다.


- 그냥 손으로 하고 손을 씻으면 되지 않을까요?

- 해 볼게요!


다행스럽게도 C와 D는 F 선생님이 쓰시던 목장갑을 한 쪽씩 끼고서는 E 벌레가 나왔던 걸레 머리를 떼어서 새것으로 교체했다. C와 D가 낑낑대는 모습이 대견스러워서 그날 저녁 C와 D에게 이렇게 문자를 넣었다.


- C! D! 1학년에 올라와서 한 일 중, 오늘 대걸레 머리 교체한 것이 제일 잘 한 일!


C와 D는 공부도 열심히 하는 녀석들이다.


* 새것으로 교체했던 대걸레

20. 지금 청소시간인데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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