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아야 했을까?'

그 잘난 '손님의 권리'를 내세운 날

by 황진혁

모나다면 모난 성격이,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에는 반드시 항의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좀처럼 언성을 높이는 법은 없다. 하지만 오늘은 좀 거세게 항의를 했다.

자동차충전소에서 충전 후 세차를 하는데,(요즘은 많은 충전소에 세차 서비스가 있다.) 내부 세차 중에 다소 연세가 있는 충전원이 기계 세차 하는 사람들 운행에 방해가 되니 옆으로 비켜 달라고 한다.


내 주차 영역을 넘지 않았고, 정작 옆에는 택시가 온 문을 열고 세차 중이라 비켜드릴 수가 없었다. 택시기사는 자신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거라고 충전원에게 양해를 구했고, 택시가 나간 후에도 충전원이 내게 거듭 비켜 달라고 하자 군말 없이 차를 옆으로 비켜드렸다.


드디어 외부 세차를 하기에 앞서 수압호스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서 있는 구간에서는 수압호스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알겠다고 대답하고 내 세차 차례가 되자 기계 세차 구간에 세워두고 수압호스를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충전원 말이 기계 세차로 다 지워지니까 그냥 기계세차 하고 가라고 한다. 이것도 말을 들었다.(...)


그런데 기계 세차 후에도 지지 않는 때가 있어서 다시 수압호스를 쓰려고 하자 거기서는 쓸 수 없다며 다시 차를 돌려서 세차 구간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여기서도 알겠다고 했다.(그러면 처음부터 쓰게 두지...)


차를 돌려서 다시 기계 세차구간에 와서 수압호스로도 지워지지 않는 약간의 때를 걸레로 지우려고 걸레를 들었다. 잠깐이면 되는데, 충전원이 거기서 수건으로 닦으면 안 되니 뒤로 차를 빼서 닦으라고 한다.(오는 차 없는데 또 차를 돌려라고?)


화가 나서 차를 공터에 세워두고 충전원 앞으로 갔다.


“아저씨, 제 부모님도 남의 돈 벌어다 주는 일 하십니다. 저도 그렇고요. 아버지 뻘 같아서 웬만하면 말씀을 들으려고 했는데, 더는 참기가 어려워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다른 손님이 불편하다는데, 제가 세차하면서 다른 손님께 민폐 끼친 행동을 한 게 있었습니까? 그리고 저는 손님 아닌가요? 제가 아저씨께 겪은 불편은 어떡해야 하나요? 제가 알아서 하고 갈 세차가 지금 20분이나 지체되었습니다. 손님이 왕은 아니니까 제 항의가 잘못되었으면 말해보세요.”


여기서부터 지금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람들 앞에서 줄줄줄 오갔다. 만약 내가 이곳에 처음 와봐서 뭔가 못 지킨 룰이 있었다면 이런 복잡한 말들은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수년간 이 충전소를 수십 번 다녀가는 동안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킬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연배 있는 어른에게 이렇게 하는 게 영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이용자로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지만 양보해서 생각해도 좀 심한 일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그 잘난 ‘손님의 권리’를 이야기해야 했다.


조목조목 따지고 들면서 충전원으로부터 “젊은 사람이 참”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지만 때마침 모여 있던 택시기사님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상황을 듣고는 충전원에게 사과하라고 말한다. 나는 그제야 사과를 받았다.


떠밀린 사과를 받았기에 사실 지금도 화가 풀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충전원도 누군가의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였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참아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