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에 대하여
과거에 얽매여 사는 사람을 대하는 건 여러모로 피곤한 구석이 있다. 그런 사람이 과거의 피해의식이나 열등감, 소외감 등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상을 안타깝게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저 스스로는 아무래도 괜찮은데, 사랑의 시선이 가야할 대상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님에는 분명하다. 나만 그런 연민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했을 땐 더 그렇다.
서로 딱한 일이다. 대상이나 자신이나 모순을 겪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모순의 시선은 대상에게 쏠리겠지만 스스로에 생긴 모순점을 마주하는 것도 불편한 일이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대상의 모순이지만 똑같이 모순의 시선을 바라보는 것은 자신의 모순이다. 나는 그 사람이 싼 포장지를 굳이 뜯어보고 싶지 않고, 어쩌다가 내용물을 알았더라도 내색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대상을 향한 연민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모순이며 대상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침묵이 대상을 바보로 만든다는 것도 모순이다.
이 모순을 갖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 역시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