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진행하는 결혼식 사회
또 한 친구가 장가를 들었다.
가끔 가까운 사람들의 경조사에서 이런 역할을 맡을 때가 있다. 호텔리어 시절에는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부탁을 받아도 들어주기가 어려웠지만 주말에 대한 재량권이 주어지면서 이렇게 함으로써 내 사람에 대한 특권은 확실히 챙기는 편이다.
주례선생님을 모시지 않는 시대이다 보니 사회자에게 그와 비슷한 요구가 따라오는 편이다. 아마도 '작가의 결혼식 사회'가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일이 있다 보니 한번씩 곤란한 일이 생기는 게 있다면, 행사의 mc를 부탁하는 분들이 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강연을 하는 사람이지 'mc진혁'은 아닌데.
뭘 모르고 그럴 수 있으니 정중하게 아나운서나 전문 mc를 소개하는 편이다.(그래도 왕년에 클래식 전공자이니 만큼 가끔씩 가곡이나 오페라 갈라 같은 클래식 음악회의 해설은 좀 탐이 나기는 한다.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ㅋㅋㅋ)
아무튼 대학 시절부터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온 내 친구의 결혼식 날.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아내도 대학 동문이라는 말에 "그러면 내가 서도 되겠다"며 사회를 보기로 했다.
평소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명절마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편인데, '아직도 네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는, '자주 연락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의미의 내 인사를 알아주고 고마워하는 친구이기에 지금까지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주변에는 시집·장가를 가지 않거나 가지 못한 친구들이 많다. 마음 같아선 이들끼리 소개팅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이들의 솔로라이프에 대한 이유야 제각각인데, 자실 자신들도 답답하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해주는 거 이상으로 본인들이 제일 답답하다. 이번 명절에도 답답함으로 고생한 나머지 나와의 전화에서 이야기를 털어놓은 친구들 사연을 듣다 보면 나는 그냥 가볍게 연애는 어서 해서 이 사람도 만나보고 저 사람 만나보라고 하면서도 결혼은 기왕 늦은 거 신중하게 하라는 말을 한다. 평생 같이할 사람인데 아무나 만나고 살 수는 없으니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신중하게 한다고 이거 따지고 저거 따지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친구조차도 나와 케미가 맞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데 배우자야 오죽할까. 그런 사람을 찾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데 ‘기능적인 면(?)’까지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서로 답이 없는 문제이다.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결혼정보회사가 제일 빠르다. 그게 아니면 줄기차게 선을 보시길 바란다. 전직 예식장을 낀 호텔 지배인의 말이니 믿어도 좋다. 자기 앞가림조차 못 하고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기능적으로 상대방을 재어 보는 행위란 당사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이 대상이 되어보면 그게 얼마나 불쾌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끼리도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가 있는데, 나는 어른들이 “느그 아버지 머하시노?”부터 시작해서 호구조사 하는 데는 불쾌감을 갖는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무례하게 여기지 않는 건 난센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회를 본 사람들은 다 잘 산다고 하던데, 그게 나 때문은 아니고, 좋은 사랑을 해온 사람들이니까 나도 축복의 자리에 기꺼이 함께 하는 거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해온 사람들이니까 계속 잘살고 있는 거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듣고 서게 된 자리. 이들도 분명 잘 살 것이다. 그리고 명절에 통화한 사촌 누나의 표현에 따르면 요즘 시대에 바람직한 남자 상은 아니라는 황작가에 비해(ㅠㅠ) 내 친구 정도면 요즘 시대에 바람직한 남자 상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라는 신부를 향한 선배의 보증서 같은 글이니 신랑이 더 잘할 거라 믿으며 축하의 인사를 여기에 보태어둔다. 이들의 앞날에 축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