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글쓰기로 통한다.
글을 쓰는 게 뭔가 대단한 일이긴 하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대중 앞에 연설도 잘 할 수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무일푼으로 창업자가 될 수도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거금의 돈을 끌어오기도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도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작가가 되기도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사랑에도 성공한다.
글을 잘 쓰면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인정받을 일도 많다.
다만 글이라는 건 각자 장르가 다르다. 연설문을 쓰는 것이나, 공문서를 쓰는 것이나, 학술문을 쓰는 것이나 시나 수필을 쓰는 것이나 같지가 않다. 예컨대 발라드를 잘 부르는 가수가 반드시 락이나 랩을 잘하는 것은 아니듯 공문서를 잘 쓰는 사람이 시를 잘 쓰는 것도 아니며 하다못해 시와 수필도 쓰는 방법이 다르다.
스피치에 필요한 글이나 공문서에 필요한 글이나 논문에 필요한 글이나 창작에 필요한 글이나 다 쓰고 살아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이를 테면 어느 날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 시 중)를 쓰다가 또 어느 날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발 더러워진다."라는 식의 논리에 부합한 글을 써야 하니 정신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 편인데, 이렇다보니 글을 보는 눈은 '저들 정도는 써야지'하는 수준을 가지면서도 막상 글을 쓰고 나면 결국 황진혁 밖에 안 되는 수준을 마주하곤 한다. 이럴 때 나는 좌절감을 느끼고 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하지만 요즘은 글 앞에서 좀 시건방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무슨 글을 다루던 문자를 쓰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다소 무식한 사고로 덤벼들어야겠다는. 그러지 않으면 여러 장르와 분야를 넘나드는 것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만 같아서다.
나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다는 말을 직접 입에 담는 건 사기꾼들이나 하는 일이니 결국 샤프심에 의존한다. 오늘 쓰는 글은 연탄만큼 뜨거운 온도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