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그네가 어느 마을에 도착했을 때 언덕배기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디론가 줄을 지어 가고 있었다. 나그네는 그 사람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왜 줄지어 한 없이 걷고 있는지 궁금하여 대열의 맨 뒤에 걷고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봐요, 이 사람들은 대체 어딜 향해 이리 줄지어 가고 있는 건가요?"
무리의 마지막에 선 사람은 이렇게 답했다.
"아.. 이 답답한 양반을 봤나.. 당신도 얼른 따라붙기나 해요. 이 대열을 따라 걷지 않으면 무리에서 뒤처지고, 이 사람들을 놓치게 되니까.."
그렇다. 이 사람은 왜 그 대열에 서고, 왜 무리를 뒤따르는지도 모른 체 길을 재촉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대열에서 떨어질까만 두려워하면서.
'바보들의 행진'
살면서 누구나 자주 하는 생각은 '아.. 난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이 길이 맞는 걸까?', '남들에게 뒤쳐지면 어떡하지', '남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근사하게 보이진 않아도 뒤쳐진 사람으로 보이진 않아야 할 텐데 말이야..'일 게다.
나도 그리 살아왔고, 오늘의 나 역시 그 물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살면서 그렇게 남의눈을 의식하며, 남의 생각과 시선을 좇으며 산다.
그러다 혹여 조금 뒤처진 것 같으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불안감, 자괴감..
사실, 이 길을 왜 걷고 있는지도 잊었으면서 그 목적에 대한 물음은 좀처럼 던지기 어렵다.
그런 생각할 시간에 얼른 대열을 좇아야 하므로..
헬리콥터 조종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있다. 바로 '제자리 비행'.
Hovering이라고 하는데, 드론이나 모형항공기 하는 사람들은 우리말로 '호버링'이라고 하고 헬기 조종사들은 '하버링'이라고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헬기를 제자리에 가만히 띄워 좌든 우든 위든 아래든 움직이지 않게 꽉 잡아두는 비행기술이다.
헬기 조종술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이 조작이 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비행술을 배울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멋지게 창공을 가르는 기술도 아니고 제자리에 헬기를 가만히 두는 그 훈련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더 살펴보면, 헬기라고 하는 것의 정체성이란 고정익 항공기(흔히 비행기)와는 다르게 제자리에서 수직으로 이륙할 수 있는 것이고, 제자리에 띄워둘 수 있기 때문에 산꼭대기에도 화물을 나를 수 있는 것이고, 회전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그 헬기가 안정되게 비행하게 컨트롤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자리 비행이라는 것이 사실 꽤 어려운 일이다. 바람이 불어도, 눈에 잠깐이라도 어른거리는 무엇인가가 있기라도 한다면 금세 자세를 잃고 좌우로 흔들리든 위아래로 오르락거리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비행하는 물체는 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한눈을 팔아서도, 잡생각을 잠깐만 떠올려도, 몰아치는 바람에 흔들려도 안 되는 것이 제자리 비행이라는 것이니까.
살면서 느끼는 불안의 9할은 '내일에 대한 불안'이다. 오늘을 견뎌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해야 할 텐데, 사람이란 늘 내일의 걱정까지 하며 '불안을 가불'한다.
내일의 불안을 당겨왔고, 또 다음날에는 그다음 날의 불안을 당겨다 걱정하므로 우리는 늘 불안하다.
어디로 가는지 알고 사는 사람 몇이나 되겠는가? 모두가 '바보들의 행진' 대열에 섞어 이유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그 와중에 혹 떨려 날까, 남이 보기에 내가 잘 좇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는 것일까 하며 전전긍긍하는 것이 또 우리 삶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비행을 할 때마다 생각한다. 이 인생, 흔들리지 않고, 잡생각 하지 않고 지금 이 헬기처럼 가만히 띄워둘 수 있다면.. 중심 잘 잡고 살 수 있다면..
오늘에 집중하고, 지금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조종간 꽉 잡고 제자리 비행 잘 해내야 한다 생각한다.
지금 전혀 떠올릴 필요 없는 내일의 불안을 오늘에 가불해와 그 생각으로 인해 내 항공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잠시 딴 눈 팔아서 휘청거리지 않도록..
중심 잘 잡고, 내일의 불안 따위에 오늘의 소소한 행복을 맞바꾸는 일만은 없도록 힘주어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