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신을 믿어야 하는 이유를 화장실에 급히 엉덩이 올리고 깨닫게 되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급변사태'를 맞아 위기에 봉착했을 때 문득 '아 ㅅㅂ 똥마려'하고 내뱉은 내 입과 상황을 고려치 않은 내 발걸음(회의 중이었다), 급한 발걸음 가로막은 익명의(봐도 누군지 모른다 이런 때엔) 사람을 재끼고 뛰는 나의 모습을 화장실 1개 사로를 오롯이 품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 사람은 똥만 마려워도 본성이 나오는 그런 존재구나..
덧없다.. 지난날의 수양과 인내..
신께 의탁하여 선하게 살게 해 달라 청하는 수밖에.. 급변에도 약해지는 우리가 박해 속 목을 내어 놓는 순교자가 되게도 해 주시는 분이니까 그분이..
일을 마쳤으므로 이만 나가 볼까 한다.
한결 온유한 사람이 되었다.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