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바라본다. 내리는 무언가, 그 축축한 정서를..
꼭 맞는 행동은 아니라 나도 생각한다.
비가 흩날리면 창문부터 연다.
더 거세지면 창문 열다 그냥 바라본다.
그 바라봄의 시간은 보통 생각하는 시간보다 꽤 길다.
그래. 나는 이 세상에 나리는 모든 비가 좋다.
왜 그런지는 가르쳐주는 이 없으므로 모른다.
남들은 장마가 찾아오면 눅눅하고 축축함에 불쾌해한다. 불쾌지수라는 것이 본래 온도에 습도를 더한 것이니까.
뭔가 고장 난 나는 그 눅눅하고 축축함이 좋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눅눅하고 축축함이 그대들과 내게는 다르게 작동한다.
그 다름이 대학 신입생 때 선배들 동기들 선동해 비 쏟아지는 강촌을 자전거로누비게 했고, 우산 없이 술 취해 비 내리는 그 거리를 걷게 했다. 그래. 내 추억의 반은 비다.
추적이는, 아니 추적거리는 이 비가 마음을 또 추억. 추억. 하게 하니 또 바라보아야겠다.
이사 가야겠다. 사시사철 비만 오는 그곳이 있다면..
비 바라보며 라면도 먹고, 흑당에 둥근 뭔가 들어 있는 그 뭐시기도 마시고, 글도 보고 또 쓰기도 하니 뭐 좋다.
비의 계절, 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