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혼자서 치킨을 픽업하러 다녀왔다.
한 손에는 치킨을 들고, 생각에 잠긴 채 길을 걷던 순간 이상하게도 아이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치킨의 무게감이 아이의 무게감과 비슷하게 느껴졌던 탓일까.
두 돌을 코 앞에 둔 아이의 무게는 이미 10키로그램 넘어섰지만 처음 태어나 내 품에 안기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3.26kg의 몸무게로 태어났지만, 어제 들고 오던 치킨의 무게만큼 너무 가볍게 느껴젔던 우리 딸.
어제는 치킨을 픽업하며 그렇게 아이의 출산의 순간을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손에는 치킨이 들려있었지만 말이다.
명절동안 아이와 시간을 오래 보내서 그런지 아이가 부쩍 나를 찾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던 아내도 신기해하며 아빠랑 많이 친해졌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이니 말이다.
아이와 아내가 노는 모습을 보며 혼자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는 시간이 종종 있다. 그렇게 “아빠! 가라!”를 외치던 아이가 이제는 내게 달려와 마치 내 무릎을 내놓으라는 듯 비집고 들어오기도 한다. 무릎에 앉은 채로 내게 몸을 비비기도 하고 애교를 떠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아내는 워낙 아이에게 사랑을 잘 표현한다. 수시로 볼에 뽀뽀를 하기도 하고,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엄마가 너무 사랑해요와 같은 말을 끊임없이 해준다.
그런 엄마의 노력이 있었던 탓일까, 아이도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무뚝뚝한 나의 모습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아빠, 사랑해!
이제는 내게도 곧잘 아빠 사랑해라며 표현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다고, 나도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 수시로 아이에게 사랑한다 표현을 하고 뽀뽀도 해주고, 또 몸으로 놀아주기도 했다. 이제는 아이도 내게 직접적인 표현을 종종, 아니 꽤 자주 해준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애정 표현에 말까지 어느 정도 할 정도로 커 버린 아이를 보고 있으면 한 번씩 내 품에 안기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아쉬움을 감출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아이를 그리고 순간순간을 기록하지 않은 점이다.
물론 많은 사진을 찍어 왔고 지금도 찍고 있지만,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있다. 글로써 기록을 해야 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
아이가 태어나던 날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향하며 말했다.
오늘을 꼭 기억해서 훗날 아이에게 말해주자
2년이 조금 덜 지난 지금 이미 그날의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다. 다만 아이를 안았던 그 순간만큼은 또렷이 기억을 하고 있지만.
그날의 날씨가 어땠는지, 나의 감정은 어땠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내가 만약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에도 글을 쓰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날씨, 순간의 감정들을 기록하지 않았을까.
이미 훌쩍 커 버린 아이를 보고 있자니 기록하지 않았던 나 스스로가 밉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기록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들, 큰 이벤트들이 있던 날들의 감정을 기록하고자 마음먹었다.
치킨을 픽업하는 10분 남짓의 생각들을 실천으로 옮겨보고자 한다.
글을 선물하는 아빠
글을 선물하는 아빠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어떤 것들 보다 가치 있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물건을 선물할 수도 있겠지만, 영원히 보관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글은 다르다. 글을 써서 아이에게 선물해 주면 언제든 원할 때 꺼내서 읽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와의 추억과 기억을 글로 쓰는 아빠가 되리라.
- 글을 선물하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