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가 사춘기를 만났을 때
갱년기가 사춘기를 만나면
천둥이 친다
우박이 내린다
눈물바다가 된다
뒷끝이 고약하다
갱년기가 사춘기를 사랑하면
흰 눈이 내린다
잔 물결이 친다
댄스가 절로 나온다
웃음꽃이 핀다
마눌님 갱년기
딸내미 사춘기
아빠의 퇴근길이 길어진다
내가 카톡을 하면
우리딸은 너무 느려 답답하다며
나의 핸드폰을 뺏는다
자기가 직접 입력해준다며
문자를 불러달라 하지만
나는 다시 핸드폰을 뺏어서
늦더라도 내가 직접
입력하겠다고 한다
내가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카톡을 보내고 있으면
우리딸은 답답해서
다시 핸드폰을 뺏을려고 하고
나는 뺏기지 않을려고
안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오늘 저녁도 뺏을려는 자와
뺏기지 않을려는 자의
핸드폰 쟁탈전은 계속된다
6년 전 너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
입학식이 열리던 너의 교실엔
맑은 눈망울로 선생님을 바라보던
20여명의 친구가 함께 했었지
교실 밖에서 창문을 통해
너의 입학식을 바라보던 엄마아빠는
복도에서 후배들을 챙겨주던
6학년 언니들이 크게만 느껴지더니
너는 벌써 언니들을 넘어서고
새로운 광장을 향해 나갈 준비를 하는 구나
쉽지 만은 않을 거야
너의 새로운 6년은
때로는 경쟁자들에 의해
너의 마음은 상처를 받을 거야
너 스스로 그 상처를 치유하고
상처를 준 친구들을 품을 수 있는
아주 큰 마음그릇을 가질 수 있기를...
마을을 감싸 안는 큰 은행나무처럼
넓고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어
세상이 너에 의하여 상처를 치유하고
너의 영혼이 세상의 넓은 품에서
휴식할 수 있기를...
너의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미래의 또 하나의 나에게
축하와 사랑의 꽃다발을 건넨다
엘리트를 입으면 엘리트가 되나?
스마트를 입으면 스마트해지나?
스쿨룩스를 입으면 멋진 학생이 되나?
이튼클럽을 입으면 이튼스쿨에 입학하나?
아이비를 입으면 아이비리그로 유학가나?
핏이 맘에 안든다 안감이 별로다
딸내미 딴지에 아빠와 엄마는
시베리아 추위에 교복집 다섯 군데를 돌아
중학교 교복을 구입한다
공동구매로 대충 구입하지 야단을 치면서도
집에 와서 교복을 입고 맘에 든 듯
패션쇼를 하는 딸을 보면
고생은 잊고 므흣한 미소가 슬며시
아빠엄마의 얼굴에 꽃 핀다
내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아내는 팔목이 시리다고 한다
내가 무거운 짐을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고 하면
아내는 산후조리를 못해 시리다고 나를 째려본다
내가 다리가 쑤시다고 하면
아내는 어깨가 결리다고 한다
내가 출장에서 너무 많이 걸어 쑤시다고 하면
아내는 집안일하느라 오십견이 왔다고 투덜댄다
그렇게 서로를 탓하며
등 돌리고 자다가
내가 먼저 돌아누워
아내의 팔목과 어깨를 주물러 주면
아내도 슬쩍 돌아누워
나의 허리와 다리를 주물러 준다
부부는 오늘도 그렇게
서로의 안마기가 되었다가
또 다시 잠이 든다
그녀는 고기굽는 여자
삼겹살, 오겹살, 항정살, 갈비살, 가브리살
고기의 종류는 달라도
먹기 좋은 크기로
가위로 잘라
타지 않을 만큼
적당하게 구워야 한다
때로는 덜 익은 고기와
타버린 고기 때문에
주위의 따가운 눈총이
그녀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후라이팬의 기름이
그녀의 팔뚝과 손목에 튀어
피부에 화상을 입히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
그들의 살과 피가 되어
그들이 힘든 하루를 버틸 힘을
얻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오늘도 가스렌지 앞에서
이산화탄소를 마시며
지글지글 고기를 굽는다
나는 너의 뒤에서
너를 밝혀주는
빛망울이 되고 싶어
나는 너의 앞에서
너의 완주를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고 싶어
나는 너의 옆에서
너의 스케쥴을 지켜주는
매니저가 되고 싶어
모든 사람들이 너를 비난하며
너에게서 등 돌릴 때
끝까지 너의 편이 되어줄
키다리 아저씨가 되고 싶어
세상이 너의 모든 것을 빼앗아
너가 있을 한 뼘의 공간이 없을 때
자신의 살을 깎아내어
너가 쉴 수 있는 집을 지어 줄
커다란 소나무가 되고 싶어
아빠는...
그때는 몰랐지
엄마의 김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걸
그때는 없었지
엄마의 생일날
케이크와 한 송이 장미꽃 살 돈이
그때는 안했지
사랑한다는 말
왜 좋은 건 없어진 후 알게 되는지
왜 돈이 없을 때만 필요한 게 생기는지
왜 할 말을 못하고 후회만 하는지
또 다시 온 엄마의 기일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한다발 장미를 사서
엄마의 김밥을 먹으며 말하리
사랑했다고 아니 지금도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