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과 조사국의 한판 승부

(단편소설) 조사국 24시 - 3

by 하기

다국적 기업과 조사국의 한판 승부


어제 예치는 국제적인 헷지펀드인 롱스타의 국내 본사에서 이루어졌다. 롱스타는 국내은행을 인수 후 양도하고 국내 부동산을 양도하면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지만 조세피난처를 이용하여 탈세를 한 혐의가 있어 조사에 착수하게 되었다. 조사 4국의 직원과 국제조세과의 직원이 합동으로 동원되어 예치가 이루어졌다. 서류박스만으로도 100개 이상이 영치되어 조사국 서고에 보관되었다.


당초 영치에 동의했던 롱스타 임원진은 갑자기 비상회의를 열고 업무에 필수적인 서류라며 영치물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만약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영업상의 손해를 본다면 국세청이 보상하라는 요구도 함께 하였다. 국세청 수뇌부는 이런 황당한 요구에 비분강개하면서도 고문변호사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반환에 동의하였다. 하지만 모든 서류를 복사한 후에 돌려주겠다고 양해를 구했고 그 기한이 오늘이라 조사국 전 직원이 동원되어 밤새워 서류를 복사한 후에 우리는 새벽 동이 틀 무렵에야 복사를 끝내고 급하게 마련된 침낭에 몸을 들이밀고 쪽잠을 자고 일어났다.


100여 명의 롱스타 직원이 서류박스를 자기들 차로 실어가고 반환증을 수령한 시간이 11시쯤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야 조사국 모든 직원은 기진맥진하여 사무실에서 꿀과 같은 단잠을 잘 수 있었다.


박스 100개 분량의 서류를 복사하게 한 수뇌부도 또 그걸 밤새워 복사한 직원들도 조사에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날 밤새 켜져 있던 국세청 조사국의 건물은 국세청의 특징인 상명하복의 조직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나쁘게 말하면 까라면 깐다는 노예근성 같은 것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좋게 생각하면 우리는 그때 국부를 좀 먹는 다국적 기업의 탈세를 반드시 발복 색원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밤샘을 할 수 있었다.


우리 4-4-4반은 주로 롱스타의 강남 도곡동 주상복합건물의 양도과정을 조사하였다. IMF로 300억의 저가에 구입한 건물을 롱스타는 1,000억 원에 팔아 700억의 양도차익을 얻었으면서도 조세피난처를 이용하여 관련 세금을 한 푼도 안 냈다. 우리는 300억 원의 법인세를 과세했고 롱스타는 관련 세금을 완납했다. 그렇지만 바로 불복청구를 제기한 롱스타는 모든 소송에서 패소하고 이 사건을 국제사법재판소까지 끌고 가서 대한민국 정부를 힘들게 한 사실은 신문지상에도 보도되어 이슈화되었다.

keyword
이전 02화조사국의 전등은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