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국 신참의 거창한 신고식

(단편소설) 조사국 24시 - 1

by 하기

조사국 24시


* 경찰이나 검찰, 법원 등 국가조직에서 일어나는 다이내믹한 사건들이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어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요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국세청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현직 국세청 직원이기에 한계도 있지만 또 누구보다도 잘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국세청 조사국 내 유능한 조사요원들의 탈세와의 분투기입니다.


조사국 신참의 거창한 신고식



“개새끼들. 다 죽여버릴 거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의 특별조사원증과 예치 동의서를 받아 든 다도 횟집 민 사장은 눈이 뒤집힌 듯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날이 시퍼렇게 선 회칼을 들고 조사국 직원들 앞에서 휘젓는다. 태어나서 이런 장면을 처음 보는 나는 놀라 어찌할 줄 모르고 있는 데 조사국 10년 차 베테랑 유현도 반장이 노련하게 사장을 설득한다.


“사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제가 알아보고 일단 철수할 테니 진정하시고, 사장님 말씀대로 이중조사라면 바로 조사 취소 요청을 할 테니 제발 그 칼 좀 내려놓으세요”


“엊그제 수시조사라며 있는 거 없는 거 다 긁어서 고지해 놓고 또 조사하겠다는 게 어느 나라 법이야. 나 혼자 안 죽어. 이런 식이면 나 죽고 너 죽고야.”


민 사장은 거칠게 말을 내뱉었지만 유반장의 설득에 어느 정도 마음이 누그러진 듯했다.


“일단 저희들은 철수하고 상황을 파악한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중조사가 맞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노여움을 푸시기 바랍니다.”


종로세무서에서 얼마 전 탈세제보 조사를 현지 확인조사로 입력하는 바람에 중복조사에서 대상자 선정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조사기획반 직원의 연락을 받은 유반장은 재빨리 철수를 결정하였다.


유반장의 빠른 결단으로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지만 처음 나오는 특별조사에서 살벌한 장면을 목격한 나는 조사 4국 신참으로서 매번 이런 일이 생길까 하는 걱정에 10년 정도 나이가 많은 정기동 반장에게 “형님, 특별조사 나오면 항상 이런가요?”물어보았다.


“아니야.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 봤어. 예외적인 경우지. 우리 반 신참 규현이 오늘 신고식 한번 거창하게 치르는 걸”하며 웃는다.


옆에서 조용히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규종 사무관은 “이제 모두 복귀하지. 오늘 행사는 이걸로 끝이야.”하며 상황 종료를 알렸다. 우리는 세워놓은 관용차에 올라타 종로에 있는 조사 4국 사무실로 향했다. 창문으로 밖을 쳐다보니 구름 하나 없이 파란 코발트 색 하늘 아래 도심의 고층빌딩들이 너울너울 춤추는 듯한 봄날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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