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국의 전등은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

(단편소설) 조사국 24시 - 2

by 하기

조사국의 전등은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 조사국의 전등은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

조사국의 전등은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



우리가 속한 서울청 조사 4국 4과 4반, 일명 4-4-4반은 건물 2층에 위치했다. 보통 조사국 사무실은 5층 이상에 많이 몰려 있었는데 이는 보안 문제 등으로 일반 민원인이 접근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특별조사를 담당하는 우리 반은 예치조사로 서류박스를 트럭 채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아 예치물의 이동이 용이한 2층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사무관이 팀장으로 창가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그 밑으로 반장, 차석, 4명의 반원이 서로 등을 마주 하고 책상이 배열되어 있었다.


팀장인 이규종 사무관은 도사라는 소문답게 한약에 대한 조예가 남달랐고 맨발 산행을 하며 주말에는 약초를 캐기 위하여 전국의 산야를 누비는 남다른 분이었다. 그래서 우리 사무실에는 항상 한약 달이는 냄새가 났고 약탕기로 달인 약차는 팀장님도 음용하셨지만 손님이나 직원들도 많이 애용했다.


조사반장인 유현도 반장은 조사경력만 20년 가까운 베테랑으로 실질적으로 조사반을 진두지휘했다. 다년간의 조사 경험 및 해박한 세법지식으로 피조사자를 압박하여 조사실적을 거양하는 모습은 거의 예술에 가까웠다. 일을 잘하는 만큼 자존심도 강하며, 윗사람에게 할 말은 하고 부하직원에 대하여는 강하게 훈련시키면서도 때로는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아량도 있는 멋진 조사반장이었다.


그 밑으로 인간성 좋은 차석 이기균 차장, 정기동 반장, 나와 서희주 여직원이 4-4-4반을 구성하고 있었다. 우리 반은 일명 드림팀으로 특별조사 중에서도 난이도가 가장 높은 조사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반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고 우리 반이 맡은 조사는 후에 모든 언론에서 다룰 정도로 정치적, 사회적 파급력도 컸다. 탈세를 한 피조사자 입장에서는 숫자 4자가 3개나 있다는 말에서 우리 4-4-4반을 저승사자반이라고도 불렀다. 우리는 이 별명을 마음에 들어 했다. 조사 4국의 특별조사를 우리끼리의 은어로 행사 또는 시체를 염하러 간다고 표현했는데, 저승사자는 우리 반의 업무를 강하게 암시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출장이 없을 때는 항상 같이 식사를 하며 사무실 근처에 있는 경복궁을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였다. 밤샘조사를 한 다음날에는 피곤해서 모두 의자에 기대어 낮잠을 자기도 하였다. 어젯밤에도 밤샘 일이 있었는데 조사 때문이 아니라 밤새워 서류 복사를 하느라고 우리는 녹초가 되어 점심을 먹고는 사무실 불을 끄고 모두 눈을 붙였다.

keyword
이전 01화조사국 신참의 거창한 신고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