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조사의 달인, 조사국에서 활약하다

(단편소설) 조사국 24시 - 4

by 하기

조사의 달인, 조사국에서 활약하다

특별조사의 달인, 조사국에서 활약하다


“모두 꼼짝 마세요. 지금부터 서류를 옮기거나 컴퓨터를 조작하여 파일을 지우면 공무수행 방해로 고발되실 수 있습니다.” 정기동 반장은 A법인의 특별조사에 착수하며 사무실로 급습한 조사 4국 직원을 대표하여 경고하였다.


나와 서희주 팀원은 사무실 입구에 서서 직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았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20여 명의 건장한 직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사무실 직원들은 아연실색하여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여직원이 한 명 있었다. 자꾸 종이를 찢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정기동 반장은 본능적으로 그 서류가 비밀장부임을 눈치채고 그 직원 앞으로 다가가 “무슨 짓을 하십니까? 제가 서류에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요.”하자 그 여직원은 갑자기 염소처럼 자기가 찢어 낸 종이를 입으로 넣어 잘근잘근 씹었다. 황당한 모습에 그 행동을 저지하려는 조사국 직원들을 뿌리치고 갑자기 그 여직원은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여직원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계속 안 나오시면 문을 부수고 들어갑니다.”라고 위협하자 그 여직원이 그제야 나왔는데 이미 서류는 그녀의 손에서 사라진 듯하였다. 그녀는 울면서 “죄송해요. 이건 제 개인적인 사생활이 담긴 서류라 보여드릴 수 없었어요.”하며 말했지만 그 말을 믿기는 어려웠다. 알고 보니 그녀는 회사의 경리부장으로 A법인 대표의 딸이었던 것이다.


나머지 서류들을 예치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나는 정기동 반장에게 물어보았다. “형님 그 여자가 먹은 서류는 무엇인가요?”“응. 그거. 극비사항이라 조사 착수 전에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 말을 안 했는데 이번 조사의 결정적 증거가 될 비밀장부였어. A법인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차명계좌 목록이었는 데... 사실 오늘 이 수색도 그 비밀장부를 확보하기 위하였는데 이제 그 여자 뱃속에서 소화되어 똥이 되어 나오게 됐네. 어쨌든 이번 조사 힘들게 됐어. 휴.”하며 정기동 반장은 한숨을 쉬었다.


정기동 반장은 사실 비밀장부를 찾아내는 데 귀신같은 촉각을 가지고 있었다. 7년이나 조사 4국에서 계속 근무하는 데는 정 반장의 촉각이 조사 4국 예치조사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기획 부동산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탈세 제보자가 제출한 서류에 언급된 사장의 5년간 탈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비밀장부를 찾기 위하여 조사 4국 전 직원이 기획부동산 업체 사무실을 수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정기동 반장이 사장실 책장 뒤가 이상하다며 책장을 치우자 그곳에 금고가 있었고 그 금고에는 사장의 비밀장부, 차명계좌 등 중요서류가 다량 들어 있었다. 60일간의 특별조사가 하루에 끝나는 순간이었다. 사장과 이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순간 이미 승부는 끝나 있었다.


그날 조사4국장이 우리 반의 활약을 칭찬하며 금일봉을 내려 주었고 우리는 그 돈으로 회식을 하였다. 나는 정기동 반장에게 “아니 그곳에 비밀금고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어요?” 물어보았다. “사장의 시선이었지. 조사국 직원들이 서류를 영치하는 모습은 보지 않고 계속 책장 쪽을 보더라고... 본능적으로 그쪽에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흐흐.” 너무 단순한 사실에 좀 허망한 느낌이 들었지만 때로는 복잡한 사고보다 단순한 사고가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가 되는 일이 그 이후로도 비일비재했다. 회식 후에 호프 한잔을 더하자고 정기동 반장이 나를 꼬셨지만 나는 마다했다. 오늘은 세영이와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퇴근하고 세영과 만나 백일 축하를 할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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