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선물이 다가오다

(단편소설) 마지막 행운 - 3

by 하기

두 번째 선물이 다가오다


“이근배 반장 사무관 특별승진을 위한 선물이야. 이 건을 해결하면 자네를 사무관에 특별 승진할 수 있도록 본청장에게 추천하겠네.”


여휴동 팀장은 캐비닛에 가득 차 있는 서류를 가리키며 나를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Y의 체납과 관련된 파일들이 가득 차 있는 캐비닛 앞에서 나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 Y는 신혜주 반장님이 담당하시던 건인데 왜 갑자기 저에게...”라며 말을 흐렸다.


“신혜주 반장은 육아 때문에 바쁘니 총각인 이반장이 큰 건을 해야 되지 않겠어. 그러니 신혜주 반장에게 인수받고 오늘부터 당장 고액체납자 국장님 보고 준비하게.”


몇 주전부터 신혜주 반장이 조만간 업무배분이 다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나에게 말하며 음흉하게 미소 짓던 일이 이 건 때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근배 반장 미안해. 하지만 이 건 해결하면 무조건 특별승진이니까 잘해봐.”하며 승리감에 도취한 듯 신반장이 말했다.


그런 의기양양한 얼굴에 짜증이 솟구쳤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 나는 신반장에게 인수인계서를 받고 인수자란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Y는 국세청에서 역외탈세의 대표자로서 과세한 사항으로 과세 후 체납액을 납부하지 아니하여 2,000억 가량 체납국세가 늘어나 있는 체납자였다. 당초에 Y는 자기는 비거주자로 납세의무가 없으며 국세청의 과세가 부당하다고 이의신청, 심사청구를 거쳐 행정소송까지 제기하였지만 모두 패소하고 대법원 판결만 남겨 둔 상태였다. 이미 체납처분을 통하여 600억 원 정도가 징수되고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어 더 이상의 징수는 곤란한 이른바 죽은 체납이었다.


나는 Y를 인수하고 Y의 주소지를 수색하기로 결정하였다. 검찰에서 이미 조세포탈범으로 고발되어 1차 수색이 있었지만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서류 확인이 목적이었기에 체납과 관련한 수색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였다. Y의 집은 서초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였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그 자리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엄격하게 출입이 통제되어 수색 시 어려움이 예상되었기에 나는 먼저 탐문을 통하여 수색에 대비하기 위하여 출장을 나갔다. 반원인 현지희 조사관과 함께 인근에 차를 주차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럽게 아파트 주차장 방향으로 걸어갔다.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아파트 입구가 차단되어 아파트를 통한 탐문은 곤란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경비원이 없는 주차장 차량 출입구를 통하여 직접 지하주차장으로 내려 간 우리는 Y의 명의로 등록된 벤츠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간접적으로 Y의 입주를 확인한 우리는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올라오는 차량 출입구에서 이상한 사람을 보게 된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은 우리 둘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는 데 우리는 당황하여 인사를 하게 되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에 의아해하며 현지희 팀원에게 말하니


“그렇죠. 저도 어디서 본 듯한데...”


“그래 나도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네.”


다음날 현지희 팀원은 나에게 인터넷 기사를 하나 보여주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백화점에서 죽은 여자 신인 탤런트 이수정의 사진이었다.


“반장님 이 여자 얼굴 좀 보세요. 어제 본 그 여자 맞죠?”


“그러네. 그럼 어제 우리가 귀신을 봤나 봐.”


우리 둘은 오싹한 생각에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것을 동시에 느꼈다.


귀신을 만나기는 하였지만 차량의 출입상황을 통하여 Y의 동선을 파악한 우리 팀은 전담 변호사인 최진한 변호사와 함께 수색에 착수하기로 결정하였다. 체납담당자인 나는 직원들이 오기 전에 먼저 현장에 임하여 상황을 살피기 위하여 예정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하였다. 강남의 최고가 아파트답게 아침 출근길 고급 세단과 기사들이 즐비하게 정렬해 회장님들의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직원들의 도착시간에 맞추어 출입문에서 입주자가 나오는 순간을 맞춰 출입구로 들어가 비밀번호 없이 현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22층인 Y의 아파트에 진입하기 위하여 팀원들이 도착하고 내가 출입구를 열어 주어 동시에 22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22층에 도착한 우리는 벨을 눌러 주인을 불러내었다. 인터폰으로 우리를 확인한 듯 Y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서울지방국세청 체납자 재산 무한추적팀입니다. 체납 관계로 왔으니 문을 열어주세요.”


스피커폰을 통하여 우리는 말했지만 Y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우리는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법에 의하여 강제 개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빨리 열어주세요.”라며 재촉했지만 더 이상 반응이 없었다.


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미리 알아 둔 가까운 경찰지구대에 경찰 파견을 요청하고 열쇠점에 전화를 걸어 출장을 요청하였다.


열쇠공과 경찰 2명이 동원되어 강제로 개문을 한 우리는 집에 들어가 수색을 하기 시작하였다. Y는 가사도우미와 함께 아침 식사 중이었는지 식탁에는 식사가 남아있었다.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오늘 수색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나는 직원들을 독려하여 방마다 수색을 하도록 지시했다.


Y는 “무슨 근거로 이렇게 남의 집을 뒤지는 겁니까? 체납자에게도 인권이 있는 데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라고 말하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국세징수법상 체납자의 재산소재지에 대한 강제수색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숨겨 놓은 재산이 없으면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설득하였다.


그러나 집에는 생각보다 많은 현금이 보관되어 있었다. 장롱과 금고 속에서 찾은 수표와 외화 등을 계산해보니 얼추 2억이 넘는 돈이었다. Y는 이 돈이 자기돈이 아니고 동창들에게 받은 공금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우리는 압류 목록을 작성하고 수령증을 만들어 나중에 진위여부가 밝혀지면 돌려주겠지만 현장에서 압수한 현금은 체납액에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수색을 종료하고 집을 나왔다.


“무슨 남의 집을 이렇게 함부로 뒤지나? 이 나라에 법도 없는 겨.” 가사도우미는 비아냥거렸지만 수색으로 혁혁한 성과를 낸 우리 팀 모두는 격앙되어 그 목소리를 흘려 들었다.


나는 현지희 팀원과 함께 지하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관용차에 올라탔다. 입구 쪽으로 나오려는 데 며칠 전에 주차장에서 본 이수정이 하얀 원피스를 입고 차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세계지도가 있었는 데 우리를 향하여 지도를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는 파나마 운하 쪽에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Y의 조세피난처로 지목되는 페이퍼 컴패니의 본점 소재지가 파나마였다. 그녀는 지도를 우리가 본 것을 확인하고 다시 접어서 1층으로 올라가는 복도 쪽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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