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책이 이렇게 많아요?
"원석이네만 오면 저렇게들 앉아서 책을 읽으니 신기하네요.” 우리 집에 온 엄마들은 모두 똑같이 이렇게 말한다. 아들의 절친 삼총사가 나란히 앉아서 책 읽는 모습을 보면서 세찬이 엄마가 했던 말이기도 하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젖먹일 때, 재울 때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줬다. 몸을 가누게 될 때부터는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줬다. 뽀얀 아기 냄새 폴폴 올라오는 귓가에 대고 책을 읽어주면 고사리 손가락으로 그림을 짚어가면서 뭐라고 쫑알쫑알 소리를 냈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넘쳐 나고 우리 집에는 재미있는 책이 넘쳐 났다. 방마다 재미있는 책이 가득했는데 거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이중 책장에 아들의 눈높이와 키높이에 맞춘 곳에 아들 책 칸을 따로 만들었다. 아래서 첫 번째부터 세 번째 칸은 아들의 보물섬이었다. 어떤 책을 고르느냐에 따라 다른 색깔과 다른 모양의 보물들이 쏟아져 나와서 매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 보물섬은 한결같이,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놀라움의 미소를 주었다.
우리 집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보물섬으로 가득한 집을 알아보고 각자의 보물섬을 골라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부모들은 항상 ‘신기하다’라고 표현했다. 웬만한 서점보다 책이 많았으므로 아이들의 보물섬 탐험은 3-4시간을 훌쩍 넘어 “원석이네서 자고 가면 안돼? “로 이어졌다. 거실 소파에서 읽다가, 원석이방 텐트 안에 들어가 읽다가. 장난감 더미에 모여 놀다가, 베란다 너머 잔디에서 곤충 찾기 하다가, 안방 침대에서 뒹굴며 읽다가 스파게티 먹고 와서 엎어 놓은 책을 다시 펼치는 식이다.
잔소리 없고 책 많은 집은 아이들에게 최고였다. 아이들이 학원, 공부방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때면 ‘원석이 집 갔다 와’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그 처방은 항상 틀림없는 특효약이었다.
책은 전인적 인격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지적 유대가 주는 우리만의 인격적 만남을 위해서였다. 입시를 위해 책을 읽힌 것으로 오해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입시’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책을 읽히는 부모인지 아닌지는 그들이 선택한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 선택되는 책의 수준은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