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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재 강현욱 Dec 22. 2023

바위성.

제1장. 사랑.


세월이 침식한 바위성 하나

슬픈 미소가 나부끼는 첨탑 끝의 한 소녀

심연의 계곡에서 길어올린 소녀의 눈물로

바위성은 닦여지.


시시포스의 어깨를 닮은 소녀가

무거운 삶을 굴리어 지은 바위성

달빛 아래 일렁이는 소녀의 그림자는

소년에게 운명으로 배달되었네.


세상의 모든 색들이 관통해버린

투명한 녀의 눈물 

바위성을 넘어 흘러넘치니

소년은 속수무책  눈물을 마셨.


온 몸이 흠뻑 젖은 줄도 모른 소년은

소녀에게 창백한 손을 뻗지만

소중한 보물을 견디는 소녀는

그저 바위만을 쌓았네.


바위성 앞에 나무를 심는 소년은

소녀의 시간에 삶을 포개고

분홍빛 복숭아가 꽃을 피우면

눈물을 지워낸 소녀의 미소가 떠올랐네.


묵묵히 계절들의 사이를 건너

소년과 소녀의 머리에 내린 하얀 눈

하얀 눈이 쌓여 바위성은 열리고

소년과 소녀는 말없이 마주 보았네.


맞닿은 소년과 소녀의 구부정한 어깨 위로

눈꽃들은 흩날리고, 설움도 흩어지네

바위성도, 운명, 이야기도

달빛을 따라 비로소 잠들었네.


하늘을  덮어 그들도 잠들었네.




덧. 예전에 끄적였던 시가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리는 듯해서 조금 다듬어 보았습니다.

     얼마전 낙하하던 눈꽃송이들을 떠올려 봅니다.

     평안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셔요.


     

매거진의 이전글 그저 따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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