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모른다

by 박계령

오늘 아침에도 아이에게 화를 내고 소리쳤다. 우리 집 말썽꾸러기 4살 남자아이는 정수기에서 나오는 얼음과 물을 내내 눌러댔고 결국 넘친 물은 바닥에 쏟아지고 말았다. 냉동실 맨 위칸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아침부터 먹겠다고 의자 위로 올라가 까치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은 내 화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어린이집 등원까지 2시간 남짓한 시간인데 왜 이렇게 화가 날까. 그냥 살살 좋게 넘어가줘도 되는 일이지 않을까. 하고 싶은 거 몇 가지 그냥 하게 해 줘도 되는데, 훈육이란 명목으로 화를 낸 건 아닐까. 나 자신을 뒤돌아봤다. 어디까지가 훈육일까? 단호하게 말하는 것? 혼을 내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단호하게 혼내야 하는 걸까? 말로? 소리 지르며? 무섭게 얘기하며?


이런. 도대체 난 모르겠다.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 순간 너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언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변함없는 건 내가 이 아이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음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화를 내다니,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한 번 낸 화는 매일매일로 늘어났고, 예쁘고 다정하게 말을 할 때보다 어느 순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아이를 대하는 일이 많아졌다.


“엄마는 맨날 화만 내. 엄마는 나 싫어해.”

충격적이었다. 사실 마음속으론 나 정도면 덜 혼내는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훈육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는 아이를 위한 것임을 아이도 알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원망 섞인 아이의 목소리였다. 아이는 나를 화내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고, 나의 깊고 무한한 사랑을 오해하고 있다.


아이들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이것이 사랑한단 말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여러 감정 중에 특히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사랑의 표현은 구체적인 말일 수도 있고, 머리를 쓰다듬는 다정함일 수도 있고, 오늘 하루 어땠냐는 말 한마디일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도, 그리고 우리도, 사랑 앞에 서툴다.


사랑 표현이 어렵다면 우선 감정을 나눠보자. 오늘 나의 기분은 기뻤고, 슬펐고, 외로웠고, 속상했음을 나누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그렇게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고,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자. 감정을 말해도 된다는 것, 감정을 상대방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


감정 표현에 자유로운 아이들은 상대방을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공감은 말보다 먼저 마음으로 다가가는 능력이다. 공감은 사회성의 시작이며, 세상과 부딪힐 때 상처받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나의 감정을 알고, 사람들과 나누며, 상대방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아이는 자라서 타인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러니 아침마다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고 내 감정을 말하는 연습을 하자. 아이의 어떤 행동이 날 화나게 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바른 행동인지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를 앉혀놓고 단호하지만 다정한 말투로 말하며, 훈육의 끝엔 반드시 아이를 안아주자. 만약 소리치며 화냈다고 해도 괜찮다. 아이에게 소리쳐서 미안하다 용서를 구하고, 하고 싶은 말을 끝내자. 이 모든 행위의 근간은 널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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