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건 엄마다

by 박계령

아이가 신생아 시절, 배앓이는 하지 않을까, 방의 온습도는 적당한가, 분유의 온도는 적당한가 세세한 부분까지 다 체크했다. 혹시 내 잘못으로 이 말 못 하는 아이가 불편하면 어쩌나, 아프면 어쩌나 불안했다. 재채기라도 하면 감기에 걸린 것은 아닐까, 열이 오르진 않을까 초조했다. 이런 날을 대비해 출산 전부터 모든 준비는 끝내놨다. 병원에서나 쓸법한 전문적인 체온계, 온습도계, 온도가 맞춰지는 자동분유조제기, 종류별로 다른 소독기까지 육아에 필요하다는 것은 다 사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동동거렸다. 속싸개가 너무 꽉 조인 것은 아닌지, 아니면 오히려 너무 느슨한 건 아닌지 늘 고민했다. 분유를 삼키는 소리에 쌕쌕거림은 없는지 미세한 소리를 들으려고 애썼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어제와 다른 것 같으면 얼른 맘카페에 조언을 구했다. 나는 늘 불안하고 초조했다. 누가 옆에서 이렇다 저렇다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가진 거라곤 스마트폰뿐이라 초라하기까지 했다.


무더운 여름날, 문제가 드디어 터졌다. 고작 5개월 된 아이가 열이 솟구쳤다. 근처 소아과에서는 냉방병이라고 했다. 나 자신을 탓했다. 온습도조절을 잘못했구나. 하지만 죄책감에 갇혀있기엔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손수건에 물을 적셔 아이 몸을 밤새 닦아주었고, 1시간에 한 번씩 체온을 쟀다. 3일이 지나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했다. 39도가 넘는 고열에 다시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했다. 요로감염이라고 했다. 하…. 다시 나 자신을 탓했다. 내가 기저귀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구나. 눈물이 펑펑 났다. 나 때문에 아이가 아픈 것이 확실했다. 괴로웠다. 후회와 죄책감으로 휩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어떤 균인지 확인하는 검사를 하고 항생제 처방이 났다. 그렇게 일주일을 꼬박 병원에서 보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다행히 아이는 밝고 컨디션이 좋았다. 가지고 온 몇 안 되는 장난감들을 잘 가지고 놀았으며 왔다 갔다 하는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을 향해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내내 울상이었다. 다시 열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초조함,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보호자였다.


사실 아이가 아픈 건 엄마가 잘못해서가 아니다. 요로감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앞서 말한 대로 정말 기저귀 뒤처리를 잘못해서 세균에 감염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면역력의 문제이다. 냉방병이라고 한 대도 그건 엄마의 잘못이 아니다. 더운 여름철 에어컨은 어디에나 틀어져있고, 이에 의한 온도차는 심하다. 그게 오직 엄마의 탓일까?

아이들의 병치레는 대부분 커가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열한 번 나지 않고,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자라는 아이는 없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다.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툭툭 털어버리고 낫는 경우도 많다.


불안하고 초조한 건 아이가 아니라 엄마다. 당신이 상상하는 심각한 상황은 대부분 오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를 믿고 나의 마음을 달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유행성 감기가 폐렴으로 번져 입원까지 하는 일? 대부분 없다. 킥보드를 타다 발목뼈가 부러져 깁스를 한두 달씩 하는 일?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 대도 당신은 대처할 능력이 충분하다. 막상 응급 상황이 오면, 당황하지 않고 아이를 먼저 안심시킨 뒤 응급처치를 하고 근처 병원에 아이를 데려갈 당신이다. 그러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자신의 깊은 염려와 불안함을 없애야 한다.


아이에 대한 과도한 불안은 아이를 더 초조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아직 정서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엄마의 표정과 말투 등 비언어적 표현을 보고 반응한다. 엄마가 아무리 괜찮다고 얘기한대도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다면 아이도 안절부절 못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 마음을 마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불안하고 초조한 지, 그렇다면 무엇이 그 감정을 초래하는지 이해하여야 한다. 그렇게 내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들 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불안함을 감지했다면, 엄마가 왜 불안한지 이야기해 주고 함께 심호흡이나 이완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평온은 엄마의 얼굴과, 분위기, 말투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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