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처음이다

by 박계령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뒤엉킨다. 행복하고, 경이롭고, 설레는 동시에 이 조그만 아이를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두렵고 혼란스럽다. 너무 작고 소중해서 만지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이 아이를 이토록 험난한 세상에 어떻게 내놓을 수 있을까? 걱정만 앞선다. 나같이 부족한 인간이 감히 할 수 있는 일인지 의심부터 든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나는 망나니처럼 살았다. 버스가 끊길 때까지 친구들과 밖에서 왁자지껄 술을 마셔댔고, 정해진 루틴 없이 아무 때나 잠에 들고 깨었으며, 운동이라곤 숨 쉬는 것 외에 하는 게 없었다. 이런 나도 한 아이의 우주가 될 수 있을까? 엄마에게도 자격이라는 게 필요하다면 나는 이미 낙제점을 받았을 것이다.


꼬박 열 달을 뱃속에서 태아를 품었지만 엄마가 될 준비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것저것 육아에 필수라는 아이템들을 준비했지만 인생의 변곡점에 선 나를 위한 건 아니었다. 단지 생활이 편리해지는 데 작은 도움이 됐을 뿐.


팔뚝만 한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은 말할 수 없이 행복했지만 불안한 날들이었다. 배앓이를 하는 건지, 방의 온습도가 맞지 않은 건지, 속싸개가 불편한 것은 아닌지 모든 걸 체크했지만 그런 내 노력을 무시하듯 아이는 빽빽 울어댔다. 잠은 왜 내 품에서만 자는 건지, 이럴 거였으면 아기 침대는 왜 산 건지 모르겠다. 내가 뭘 잘 못해서 아이가 불편한 건 아닌가 근거 없는 불안은 계속됐다. 이렇게 당황스러운 아이와 나의 생활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듯했다.


아이가 좀 크면 나아질 줄 알았다. 솔직히 육체적인 피로도는 조금 낮아졌다. 하지만 알쏭달쏭한 아이의 마음과 행동은 여전히 다양하고 심지어 심오해졌다. 왜 백화점 바닥에 드러눕는 것인지, 별 일 아닌 일에 왜 그리 떠나가라 우는지, 왜 모든 질문에 ‘싫다’로 일관하는지, 왜 똑같은 옷만 입길 원하는지…. 낯 뜨겁고 화가 나는 날들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어떨 때는 너무 화가 나서 어떻게 대꾸해야 될 지도 감도 안 온다. 훈육을 해보지만 나의 말은 공중에서 스르르 사라지고 어느새 소리 지르는 나만 남는다.


우리는 사람인지라 행동보다 감정이 앞선다. 아무리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자식이지만 어떤 날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고, 또 어떤 날은 감동에 북받쳐 눈물이 펑펑 나기도 한다. 꼭 아이와 관련된 일이 아닐지라도, 때론 우울하기도 하고, 무기력하기도 하다.


다양한 감정의 파도 속에 사는 나는, 엄마로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내 감정을 모두 오픈하자니 아이에게 오롯이 감정이 전달될 것 같고, 숨기자니 금세 아이에게 들켜버린다. 내가 눈물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불안을 느끼는 게 아닌지 두렵기만 하다.


만약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우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모범답안이란 존재하지 않는 이 물음에 열렬히 고민하고 있다면 우린 분명 잘하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자신감을 갖자.


그리고 잘하지 못하고 있어도 괜찮다. 우리는 모두 엄마가 처음이다. 우리도 갓난아이처럼 엄마가 된 지 얼마 안 된 미숙한 존재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우리도 성장할 것이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감정을 대처하는 자세도 점점 좋아질 것이다.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스스로를 너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하지 말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잘하려고 노력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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