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의 아침
10. 16. 목
정신없이 푹 자고 눈을 뜨니 새벽 4시였다. 전시회 첫날이라 일단 개장 전에 가보기로 해서 서둘러 준비하고 7시 반에 아침을 먹으러 숙소 식당으로 내려갔다.
매아침은 뷔페였다. 다양한 빵과 햄 그리고 갖가지 치즈들이 입맛을 돋웠다.
우리만 달랑 앉아 먹고 있던 식당 안은 점점 사람들로 채워져 왁자지껄해지고, 독일어라 도통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가운데 등치가 산만한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주스 기계 앞에서 좀 헤매고 있으니 역시 한 덩치 하는 아저씨가 선뜻 도와줬다. 독일인들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그런데도 뭔가 무뚝뚝한 따스함이 전해져 온다.
방에 돌아와 커튼을 열어젖히니 비에 젖은 동네가 조용히 펼쳐져 있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지만 그리 춥진 않았다.
소도시 지하철역엔 개찰구가 따로 없다. 그냥 지상에서 계단을 따라 주욱 내려가면 바로 승강장이 나온다. 간혹 무임승차가 있긴 하지만, '자율'적인 시스템인 만큼 시민의식도 높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을 타면 차 안 곳곳에 보이는 노란 박스에 미리 산 표를 집어넣고 펀칭한다. 내리고 탈 때는 승객이 직접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야 한다. 지하철 1회용 값이 한 명당 1.5유로, 약 2000원이니 우리나라가 상당히 싼 편이다.
종착역인 전시장(Messe Essen)에 지하철이 사람들을 토해놓았다. 아들이 잘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나는 발길을 돌렸다. 잘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쉬이 떠나보내지 못하는 쪽은 아마도 엄마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