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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르 박물관

촐퍼라인 광산지대

by 돌레인

10. 17. 금


전날과 비슷한 아침 식사를 하고 아들은 먼저 전시회장으로 갔다. 나의 일정은 전시회장과 정반대 방향에 위치한 촐퍼라인 광산지대를 둘러보는 거였다.


에센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매우 깊은 곳이다. 경제 발전을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곳으로 와 석탄을 캐는 광부가 되었고 간호사들도 함께 파견돼 왔다. 그들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정착한 곳이 바로 남해의 독일마을이다.


구 서독의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촐퍼라인(Zollverein) 광산지대는 1986년에 폐광이 됐지만 주정부의 노력으로 문화지대로 거듭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U반을 타고 한참 달려가 내렸더니 과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광산지대를 전부 둘러보기엔 무리일 듯싶은 규모였다. 그런지 자전거를 대여해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띄었다.



탄광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루르 박물관(Ruhr Museum)으로 들어가기 위해 상당히 높고 긴 오렌지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에스컬레이터로 무려 24m를 올라가 전날 산 에센 웰컴 카드를 안내소에 보여주자, 8유로짜리를 5유로로 할인해 줬다. 따로 층수를 매기지 않고 지상과의 높이로 위치를 표시한 건물 안내 지도가 인상적이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기계소리로 다소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박물관으로 입장했다.



탄광촌이 활발해질수록 오염은 점차 심각해져 갔다. 폐광 후 녹지와 루르 강을 되살리기 위한 주정부와 지역 주민들의 노고가 엿보인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구 서독 시기의 광부들과 가족사진들도 있었다. 어떤 곳은 바닥을 철창(?)으로 깔아놨는데 아래로 큰 구덩이가 입을 벌리고 있어 걸어갈 때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건물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주변을 다시 둘러보니 박물관의 자료들을 둘러봐서인지 짠하게 다가왔다. 독일이 선진국으로 발전해온 발판엔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녹아 있었던 거다. 그들을 결코 잊지 말자며 후대 사람들은 이런 멋진 박물관을 탄생시켰다. 왠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보존한 박물관도 이런 느낌일 듯싶었다. 자신들의 치욕도 잊지 말자는 뜻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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