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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에서 점심을

뒤셀도르프

by 돌레인



점심때가 되어 모처럼 아들과 함께하니 비싼 걸 먹기로 해 향한 곳은 스테이크와 파스타 레스토랑이었다. 쾰른의 지역 맥주인 쾰쉬 맥주에 아들은 스테이크를, 나는 스파게티를 시켰다. 쾰른 성당을 바라보며 느긋한 점심이라니... 이게 꿈이냐, 생시냐 했다. 로마의 휴일이 부럽지 않았다!!


당시 독일은 분데스리가 시즌이었는데 이날은 쾰른과 도르트문트가 맞붙는 날이었다. 간간히 노란색 옷을 입은 도르트문트 응원단이 낮술을 걸친 듯 벌건 얼굴을 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지나갔다. 그 옆으로 이제 갓 결혼식을 마친 신랑과 신부, 친구들이 사진을 찍으러 성당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오 데 콜롱(Eau de Cologne, 쾰른의 물)의 쾰른 향수 박물관은 그냥 지나쳤지만 대성당을 본 것만으로 대만족이었다.






뒤셀도르프 사진은 아예 없다. 아들의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용 보조 배터리를 숙소에 두고 왔고 충전된 다른 배터리는 연결 코드를 두고 온 거다. 정말 제대로 날 잡았다.


뒤셀도르프에선 우선 애플 매장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지역 지도는 불친절했고 사람들은 애플 매장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할 수 없이 우리의 목적지는 시청사 앞에 있는 안내소가 되었는데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 한 곳을 중심으로 뱅뱅 돌고 있는 거다. 덕분에 뒤셀도르프의 명품거리인 쾨니히 도로는 지겨울 만큼 지나다녔다.


맞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무작정 가자니 어느 한국 식당 앞에서 두 한국인 아저씨가 담소를 나누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시청사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걸어온 방향이란다. 황당해하고 있는 우리 모자에게 한 아저씨가 우리가 남매냐 물었다. 아자씨~~ 저 농담할 기분 아니거등요~~ 그리고 얜 제 아들이라고욧!!


이미 거의 여덟 정거장 거리를 걸어 다닌 탓에 지쳐버려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뒤셀도르프는 허무한 곳으로 각인됐다.


역엔 철도 파업의 여파로 하염없이 기다리는 승객들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한마디 불평 않는 그들이 신기했다. 게다가 한잔씩 걸친 축구 팬들의 고성방가에도 무덤덤했다.


에센에 도착해 보니 쾰른이 도르트문트를 2:1로 이겼단다. 그리고 레버쿠젠 팀에선 손흥민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한다. 마침 기차가 레버쿠젠을 지나와서 더욱 각별히 느껴졌다.


저녁때가 되자 피자를 먹으러 숙소 근처로 나갔다. 어둑해진 밤거리 노천에서 우리 모자는 짠 피자를 씹으며 그래도 재미있던 하루였음을 상기했다. 그리고 다행히 내 아이폰도 제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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