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라이 언덕
코블렌츠에서 기차를 타고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중간 기찻길은 라인강을 따라 달리는 환상의 코스다. 우리가 예약한 좌석은 강변 반대쪽이었으나 마침 강변 쪽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다. 자리를 잠시 옮겨 앉아, 가는 내내 감탄을 하며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특히 강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은 동화책에 나오는 그런 집들이어서 눈길을 더 사로잡았다. 산꼭대기에 드문드문 세워진 근사한 성들을 보곤 눈이 동그레지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유명한 로렐라이 언덕을 두 눈으로 보고야 말았다!! 라인강을 지나는 뱃사공들이 절벽 바위 위에서 부르는 요정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도취되어 넋을 잃으면 배가 물결에 휩쓸려 침몰한다는 그 전설의 로렐라이 언덕을 말이다. 실제로도 이 부근의 강은 ㄱ 자로 굽치고 물결이 상당히 거칠어 예로부터 절벽에 부딪쳐 난파된 배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주 어릴 적부터 익히 들어온 전설의 그 장소를 직접 보니 감동 또 감동이었다.
약 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하니 주위는 이미 어두워진 데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호텔에 들어가 짐을 내려놓자마자 저녁을 먹으러 호텔 근처를 잠시 배회했지만 마땅히 먹을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방으로 되돌아와 한국에서 가져온 건조 김치를 따뜻한 물에 풀어 먹었다. 이런 궁상도 여행이 주는 아기자기한 추억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