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블렌츠
에크를 돌아 라인강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도이체스 에크 맞은편에 있는 요새까지 가는 케이블카다(콤비 티켓 - 케이블카 + 요새 입장권 : 1인당 11.8유로).
에크 주변의 그림 같은 풍광이 눈 앞에 활짝 펼쳐지고, 요새가 있는 언덕에선 드넓은 잔디밭이 방문자들을 한껏 맞이하고 있었다.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는 고대 로마군들이 지은 군사적 요새인데, 당시의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한다.
독일 철십자가 아래로 독일 병사가 조용히 누워 있는, 독일 병사들을 기념하는 동상도 있었고, 포로나 죄수들을 가두었던 좁디좁은 감옥들이 있는 동굴 같은 곳도 있었다.
요새 꼭대기로 다가가니 도이체스 에크가 한눈에 들어왔다. 요새 광장의 노천카페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커피를 한잔했다. 감자튀김에 기내에서 받아둔 간식을 곁들여 먹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도이체스 에크로 되돌아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조금 걸어 돌아가니 '성 카스토어 교회'가 나타났다. 836년에 지어진 코블렌츠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지만, '베르됭 조약'이 이뤄진 역사적인 장소로 더 유명하다. 이 조약으로 당시 카롤링어 왕국은 동프랑크, 서프랑크, 남프랑크 셋으로 분할되는데 오늘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전신이 되었다.
교회 옆 길엔 코블렌츠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관광열차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젤 강변에 있는 어느 한적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들은 이날 처음 먹어본 '굴라쉬'라는 헝가리 소고기 수프의 맛에 매료되어 여행 내내 이 수프만 찾아다녔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내가 맛을 기억해내며 만들어봤는데 이젠 우리 집의 별미 음식이 되었다.
점심을 두둑이 먹고 역으로 천천히 걸어가다가 선제후 궁전을 지나갔다. 현재 정부 소속 건물이라 내부 관람은 제한되어 있어 그냥 정원만 지나치는데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궁전 양편에 만들어 놓은 아이들 놀이터가 참 재미있어 보였다. 한쪽은 아기자기한 놀이터고, 또 다른 한쪽은 보드를 탈 수 있는 다이내믹한 놀이터였다. 아이들이 깔깔 거리며 한창 놀고 있었다.
어느새 중앙역에 당도했다. 처음 올 땐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가도 갈 때가 되면 어느 정도 지리가 파악되는 신기한 체험을 한다.
시간이 좀 남아 역 안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독일 커피는 대체로 내 입맛에 맞아 설탕이나 프림은 필요치 않은데, 가끔 섞어 마시고픈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맘대로 집어다 먹을 순 없었다.
기차에서 내릴 땐 저곳이 도대체 뭘까 싶었는데, 기차를 기다리고 있자니 불현듯 생각이 났다! 바로 도시 방어용 요새였던 '콘스탄틴 요새'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중에 방공호와 경찰의 벙커로 사용됐었다고 한다. 지금은 인근 여러 도시의 연례행사인 카니발 축제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긴 하나 주로 노숙자들의 쉼터로 쓰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