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블렌츠
10. 20. 월
5박 6일간 머문 덕에 에센을 떠나려니 많이 아쉬웠다. 묵었던 숙소의 직원들이랑 거리 풍경들이 나중까지도 그리울 것 같다. 체크아웃하며 그제야 활짝 웃어준 나잇 타임의 그 귀여운 젊은 직원도... 특히 촐퍼라인은 또 가보고 싶을 만큼 인상이 깊었다.
에센 중앙역으로 가니 30분 연착이란다. 여전히 철도파업 중이라 TV에선 버스를 타려는 승객들로 역주변이 혼잡하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남편이 우리가 걱정되어 때마다 체크를 해줬는데 정말 인터넷 덕분에 세상 참 좋아졌단 걸 실감했다. 날씨 상태도 알려주며 옷차림까지 세심히 챙겨줬다. 시어머니의 배려로 큰 트렁크를 가져갔는데 아들이 사 온 몇 개의 돌덩이 같은 보드게임 박스로 그 큰 트렁크가 가득 차 버렸다. 한참만에 기차가 도착해 예약한 자리에 앉았다.
Essen, Auf Wiedersehn!
1시간을 달려 코블렌츠에 도착했다. 먼저 짐을 넣어둘 코인 로커를 찾아 짐을 집어넣고 몸을 가볍게 했다. 로커가 어찌나 크던지 아들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여서 4유로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비교적 작은 역에서 밖으로 나가 버스 정류장을 찾아갔다. 마침 들어온 버스에 타려고 앞문으로 오르니 기사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냐고 영어로 물어 목적지를 말해주니 한 사람당 1.80유로를 내란다.
중앙 광장인 첸트랄 광장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섕겔 분수가 나왔다. 바로 침 뱉는 소년의 동상이다. 언제 소년의 입에서 침 같은 물이 뿜어져 나오나 중년의 독일인 부부와 그 앞에서 즐겁게 기다리다 기습적으로 쏘는 분수에 꺅꺅 거리며 재미있어했다. 물벼락을 피해 옆길로 들어서니 적당한 크기의 아담한 광장이 나왔다. 과학자 요하네스 뮐러의 동상이 서 있는 예수회 광장이었다.
코너를 돌아 좁은 골목을 어슬렁 걸어가다 보니 찾던 성모 교회가 딱 나왔고 마침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이 흘깃 보여 골목길을 빠져나가려는데 누군가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건물 시계 밑을 보니 웬 남자가 눈을 요리조리 굴리고 있었다!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카우프 하우스의 '아우겐 롤러(눈 돌리는 사람)'였다.
드디어 모젤강이 나오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발두인 다리'가 보였다. 코블렌츠의 명소인 도이체스 에크를 향해 강물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도이체스 에크(Deutsches Eck)는 '독일의 모서리'란 뜻이다. 그곳엔 독일을 통일시킨 프로이센의 카이저 빌헬름 1세가 말을 타고 늠름히 서 있다.
모젤강과 라인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인 도이체스 에크에 다가서니 강물이 잔잔히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