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 슈피엘
처음 전시회장에 도착했을 때 든 생각은 그냥 '크다'였다. 1번관만해도 엄청 커서 한국이랑 비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 있는 2번과 3번 관까지 본 순간 온통 보드게임 천지여서 바로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싶었다.
독일, 아니 전 세계에서 모인 겜 덕후들이 개장시간 전부터 입구에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남녀노소 인종 불문한 덕후는 어디에나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가는 장면은 3일 내내 봐도 질리지 않았다.
입장 후 처음 본 부스엔 하이퍼보레아, 어비스, 스타트렉 어택윙 등의 게임 로고들이 그려져 있었다. 하이퍼보레아와 어비스는 2일 차까지 꽤 높은 순위권에 드는 등 현장 분위기와 반응이 좋았다.
전시장 내에 설치되어 있는 게임 및 잡동사니 상점의 게임들에는 가격을 나타내는 노란 쪽지들이 붙어있는데, 첫날엔 한국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폐막이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계속 떨어져 나중엔 국내에서 4만 원 정도 주고 산 게임이 단돈 9유로(약 11700원)에 내다 팔리는 걸 보고 허탈해지기도 했다.
이번 에센 박람회에서 최초로 공개된 '매직 더 개더링' 전략 보드게임의 시연 준비 모습도 포착됐다. 출발 전 페북에서 이 소식을 접하곤 씹고 있던 밥을 내뱉은 나였기 때문에 곧장 달려가 데모 플레이를 예약했다.
D&D(RPG의 원류 던전 앤 그래곤)를 기반으로 한 '패스파인더'는, 플레이하기까지 손도 많이 가고 연기도 해야 하는 매우 마니아틱한 장르(TRPG)인데 간편한 보드게임의 형태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이라 한다. 한국 보드게임 모임에서도 사용자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국내 보드게임 회사들이 모여있는 부스엔 내가 매년마다 공모전에 참여하고 있는 '코리아 보드 게임즈', 젬블로로 유명한 '젬블로', 국내 보드게임 디자이너 협회, 사장님이 매우 의욕적인 '행복한 바오밥', 렉시오로 유명한 'UBO' 등 각 회사 로고들이 붙어 있었다. 아마 연합 부스인 것 같은데 '게임사피엔스'라는 국내 회사는 독립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여하튼 국내 게임 부스에도 외국 게임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고 신작 게임들을 완판 하는 등 상당한 인기를 자랑했다.
주로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았는데 국내 보드게임이 겨냥하고 있는 주 고객층들임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