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10. 29. 수
모든 것들이 아쉬운 독일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그런지 아침 식사를 색다르게 먹으려고 커피 대신 차를 시켰으나 담당 아줌마가 깜박 잊었는지 끝까지 갖다 주지 않아 살짝 당황했다. 그래, 그럴 수 있어~ 하며 체크아웃하고, 트렁크를 덜덜 끌고 나가 중앙역 코인 로커에 짐들을 꽉꽉 채워 넣었다. 짐은 왜 이리 점점 불어나는 걸까...
황제의 대성당이란 뜻의 '카이저 돔'은 그 옛날 신성로마제국 시절인 1562년부터 230년 동안 황제의 대관식이 열리던 곳이었다. 9세기경부터 있어온 이 대성당은 한 번의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다시 짓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되었다가 다시 지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대성당 맞은편의 삼각형 건물은 MMK(Museum of Modern Art 현대 미술관) 제1전시관이다. 미색의 독특한 건물 외형으로 '케이크 조각'이란 별명이 붙었다. 대성당과 MMK(저작권으로 사진은 못 올린다)를 모두 둘러보자 점심때가 되어 대성당 뒤에 있다는 유명 식당을 찾아갔다. 파울라너 맥주를 파는 오두막집 같은 아늑한 레스토랑이다. 대낮이었으나 이 유명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엄청 후회할 듯해 한 잔만 시켰다.
독일 맥주들은 대부분 내 입맛에 잘 맞았다. 그중엔 달콤하기까지 해서 마냥 마시고픈 맥주도 있었다. 그러니 수질 안 좋은 물 대신 마시는 거겠지만... 이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이 이제껏 먹은 독일 음식 중 최고였던 것 같다. 하지만, 서비스는 계산 전까진 좋았다. 남은 돈이 별로 없어 팁을 조금만 줬더니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역사박물관 앞 큰 도로를 건너 마인강 위에 놓여있는 보행자 전용 도로인 '아이제르너 다리'를 건넜다.
날씨가 갑자기 좋아져 기온도 올라 따뜻했다. 박물관 지구 가로수 길을 아들과 도란도란 농담도 주고받으며 걸어갔다. 왼쪽엔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즐비하고, 오른쪽엔 유유히 흐르는 마인강과 이제 낯이 익어 어느새 친숙해진 고층 빌딩들이 어우러져 있어 기분을 좋게 했다.
슈테델은 프랑크푸르트 박물관 중에서 가장 크다. 그런지 박물관 지구의 다른 자잘한 박물관들로부터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19세기 프랑크푸르트 지역의 은행가였던 요한 프리드리히 슈테델이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 만든 거라 해서 그의 이름을 붙였다. 뮌헨의 세 미술관을 하나로 합쳐 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이제 슬슬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라 중앙역으로 걸어갔다. 프랑크푸르트 시내는 사실 교통 카드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충분히 걸어 다닐만했다. 마인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가는데 이 도시가 멋진 풍경으로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아우비더젠! 절므니~(또 만나요! 독일~)
뢰머 광장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들고 계셨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함박웃음을 짓게 해 나도 남은 동전을 탈탈 털어 드렸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언제까지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