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운디네와 인어공주

영혼의 의미

by 돌레인

영혼이란 사랑스럽기도 하고 굉장히 두려운 것이기도 한 것 같아요.
신부님, 영혼 같은 것을 애당초 갖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마의 숲을 용감히 건너온 기사 ‘훌트브란트’와 어부의 딸 ‘운디네’는 신부님 앞에서 결혼 서약을 한다. 이 결혼을 통해 천방지축의 날 것 같은 성격의 운디네는 ‘영혼’을 가지게 되어 진중해진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생긴 것이다.

구혼해오는 기사들의 용기를 시험해보기 위해 훌트브란트를 숲으로 보낸 이는 공작의 양녀 ‘베르탈다’였다. 그러나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땐 훌트브란트의 곁엔 아리따운 신부 운디네가 있었다.

실은 두 여인의 운명은 운디네의 아저씨이며 강에 사는 물의 요정인 ‘퀼레보른’에 의해 바뀐 것으로, 어부의 딸은 바로 베르탈다였다.

훌트브란트의 성에서 세 사람의 기이한 동거가 시작되고, 훌트브란트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사랑이 식었음을 알게 된 운디네는 훌트브란트의 모진 말에 큰 상처를 입고 결국 물속으로 홀연히 사라진다.

운디네가 죽은 줄 알고 결혼식을 올리려는 훌트브란트와 베르탈다 역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푸케의 <운디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가 결코 아니었다. 베르탈다는 자신의 친부모가 보잘 것 없는 어부였다는 걸 알고선 몹시 화를 내며 노골적으로 못된 성격을 드러낸다. 훌트브란트는 마음을 정하지 못해 두 여자 사이에서 정신 못 차리다 결국 운디네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 얼마나 현실적인가!!! 운디네가 결혼 서약에 앞서 신부님 앞에서 말했던 ‘영혼의 무의미’함에 비로소 납득이 간다...




인간은 죽어서 흙이 된 후에도 영원히 사는 영혼을 가지고 있지.
영혼은 맑은 공기를 뚫고 반짝이는 별들 너머로 간단다.
우리가 물 위로 떠올라 인간 세계를 보듯이 인간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찬란한 곳으로 올라가지.



죽으면 물거품으로 돌아갈 운명을 지닌 인어공주는 자신을 진실로 사랑해주는 인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영혼’을 갈망한다.

그러나 인간에게 의지해 영혼을 가졌던 운디네와는 달리 인어공주는 '희생'이라는 크나큰 사랑을 통해 스스로 영혼을 얻는다.


공기의 딸들도 영혼이 없지만 착한 일을 하여 스스로 영혼을 만들 수가 있지.
.....

가련한 인어공주야, 넌 온 마음을 다해 우리처럼 영혼을 얻으려고 노력했어.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면서 말이야. 그 고통이 너를 공기의 정령들 세계로 끌어올린 거야. 이제부터 삼백 년 동안 착하게 살면 불멸의 영혼을 얻을 수 있단다.


인어공주는 물거품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디즈니에서처럼 인간에 의지해 영혼을 갖지 않았던 거다.


나는 내 인어공주가 푸케의 운디네처럼 불멸의 영혼을 타인의 사랑에 의존해서 얻게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영혼을 얻는 건 순전히 운에 달린 거야.
- 안데르센 -

원래 결말이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게 안데르센이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이기도 했으니까...



표지 그림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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