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어요
'인상주의'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내겐 느낌 있고 편안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이런 연상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술 사조이기도 하니까... 그런지 베스트셀러 같아 예전엔 심드렁했었다.
'인상주의'는 사실 조롱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래 꽤 인상적이군, 근데 이게 그림이야?? 란 뉘앙스?
당시 아카데미를 지배하던 미술계도 매우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아무나 전시회를 열지 못했다. 그림 하나에 역사와 문화, 고급진 기교들을 담아내야 앞다투어 그림답다는 호평 속에 가치가 올라갔으니 '감상'이 아닌 '공부'가 된 그림은 일반인들에겐 감히 오르지 못할 나무였을 터다.
모네의 '해돋이'는 그래서 혁명적인 그림이었으며 하나의 신호탄이었다. (윌리엄 터너가 말년에 그린 <호수에 잠긴 석양>에서 영감을 얻었으리라...)
원래 '인상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마네는 자신이 '인상주의파'로 분류되는 걸 매우 싫어했다. 마네의 화풍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모네가 그 바통을 넘겨받은 거다. (마네, 모네...@.@)
인상주의파들은 화구를 챙겨 들고 화실을 박차고 나가 야외로 나갔다. 햇빛이라는 자연광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환경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여기엔 휴대용 물감의 발명도 한몫했다. 당시 그림 중에서 가장 저평가됐던 풍경화의 위상이 바뀌는 계기도 되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그림을 문학으로부터, 역사로부터, 신화로부터, 주제로부터 떼어내 독립시키고 싶었습니다. 순수하게 그림으로 즐기고 싶었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햇빛 아래의 자연, 지금 내가 체험하고 있는 근대사회, 지금 나와 같은 공기를 마시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었고, 누가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떤 그림쟁이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어반 스케쳐스...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정신을 현대에서 고스란히 혹은 더욱 세련되게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1. 우리는 실내외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린다.
2. 우리의 드로잉은 여행지나 살고 있는 장소,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다.
3. 우리의 드로잉은 시간과 장소의 기록이다.
4. 우리가 본 장면을 진실하게 그린다.
5. 우리는 어떤 재료라도 사용하며 각자의 개성을 소중히 여긴다.
6. 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함께 그린다.
7. 우리는 온라인에서 그림을 공유한다.
8. 우리는 하나씩 그리며 세상을 보여준다.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어반 스케쳐들의 지침이다. 그림도 중세의 문자처럼 어떤 계층들만이 즐기는 영역이 결코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니 휴대 고체 물감과 물붓이 어반 스케쳐들에겐 획기적인 발명품이겠구나 싶다.
내가 용기 내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했던 동기이기도 했다. 종이와 펜만 있다면 이젠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좋은 세상이다. 그리고 내게 인상주의 화가들이 비로소 더 가깝게 느껴졌다.
우문 : 그럼 도대체 '잘 그린 그림'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