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스레브와 쉬린의 이야기
눈이 머는 것은 재앙이 아니라, 신의 아름다움을 그려 내는 데 일생을 바친 화가들에게 신께서 주시는 마지막 행복이다.
<내 이름은 빨강 1> p. 146
16세기 말, 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그림을 그렸던 중세 이슬람 세밀화에도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물결이 밀려든다. 바로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원근법과 '스타일'이라는 화가들의 개성이었다. '빨강'은 오스만 제국의 보수적인 화가들에겐 전통 화풍의 죽음을 뜻하는 악마의 색이지만, 진보적인 화가들에겐 변화를 상징하는 황홀한 신의 색이었다. 과연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터키 이스탄불의 지역색에 걸맞은 오르한 파묵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동료 세밀화가를 죽인 살인자를 찾아내는 '카라(검정)'와 그의 사촌이자 연인인 '셰큐레'의 이야기는 페르시아의 비극적 로맨스 <휘스레브와 쉬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되어 흥미를 더 돋우었다.
옛날 페르시아 사산왕조 시대, 호르미즈드 4세의 아들인 '휘스레브(호스로 2세)'는 농부의 집에서 축제를 열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서 심한 꾸중을 듣는다. 휘스레브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가까스로 아버지에게서 용서를 받은 그날 밤, 할아버지 '아누시르반(호스로 1세)'이 꿈에 나타나 휘스레브의 신부는 '쉬린'이라고 알려준다. 꿈의 내용을 친구이자 화가인 '샤퍼'에게 들려주니, 쉬린은 아르메니아의 여왕인 '마힌 바누'의 조카라며 그녀의 완벽한 미모를 묘사하자 휘스레브는 사랑에 빠진다. 즉시 아르메니아로 떠난 샤퍼가 쉬린에게 휘스레브의 초상화를 보여주니 쉬린 또한 사랑에 빠진다.
쉬린은 아르메니아에서 휘스레브의 수도 '마댕'으로 도망가고, 휘스레브 또한 아버지의 분노에서 벗어나 쉬린을 찾아 아르메니아로 떠난다. 도중, 휘스레브는 강가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쉬린을 발견하지만 알아보지 못한다. 쉬린 또한 휘스레브가 농부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한다.
두 연인이 서로 엇갈리는 사이, 휘스레브의 아버지 호르미즈드 4세는 장군 '바흐람 추빈(바흐람 6세)'에게 반역을 당하고 제위에서 쫓겨나 눈을 뽑혀 비참하게 죽고 만다. 가까스로 휘스레브는 쉬린을 만났으나 쉬린은 휘스레브가 나라를 되찾기 전엔 결혼할 수 없다고 한다.
휘스레브는 도움을 요청하러 비잔티움(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로 갔으나 마우리키우스 황제의 딸 '마리암'과 결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휘스레브는 마리암이 살아있는 한 결혼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휘스레브는 적을 물리치고 왕좌를 되찾지만, 마리암의 질투로 쉬린과 멀어진다.
한편, 조각가 '파하드'가 쉬린을 사랑하게 되어 휘스레브의 연적이 된다. 이를 참을 수 없어 휘스레브는 파하드에게 절벽 바위에 계단을 조각하는 불가능한 임무를 주고 베이스툰 산으로 추방한다. 쉬린과의 결혼을 허락해 줄 것을 빌며 파하드는 임무를 수행하지만, 쉬린이 죽었다는 휘스레브의 잘못된 전언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휘스레브는 쉬린에게 편지를 써 파하드의 죽음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 이 사건이 있은 직후, 마리암도 죽는다(쉬린의 독살설). 휘스레브가 '쉬카'라는 여성에게 애정을 품었던 사실로 쉬린은 또다시 휘스레브의 청혼을 거절하나, 우여곡절 끝에 둘은 결혼에 이른다.
그러나 계모 쉬린을 사랑하게 된 휘스레브의 전처(마리암) 소생 아들 '쉬루에(카바드 2세)'가 아버지 휘스레브를 죽이고 쉬린에게 자신과 결혼할 것을 강요하자 쉬린은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휘스레브와 쉬린은 한 무덤에 묻힌다.
(참고 : 위키피디아, 본인 발번역..>.<)
연로한 화원장 오스만이 자신의 두 눈을 바늘로 찔러 장님이 되는 장면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화가는 오만해서는 안 돼. 동방과 서방에 대해 고심하기보다는 오직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그려야만 해.
<내 이름은 빨강 2> p. 332
그림 출처 : pinterest,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