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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자 Oct 23. 2021

내일 나의 직업은?-8

제7화 스타강사의 메시지를 담는 카메라

스타강사의 메시지를 담는 카메라

영화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음 작품을 위해 돈을 마련하려면 나는 돈을 벌어야 했다.

어떤 알바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동아리 선배가 노량진 메가스터디에서 촬영 알바를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 없다가 시급도 짭짤하고 괜찮다는 말을 듣고 촬영 알바 나온 게 없나 하고 알바몬을 뒤적거렸다. 그 당시 최저 시급은 4,000원이었다.

촬영 알바는 시간당 5,000원을 준다고 하기에 시작했다. 

촬영 알바의 업무는 주로 고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맨 뒷자리를 잡아 각 과목 강사님들의 수업 내용을 그대로 담아내는 거였다.

보통 한 과목당 3시간 정도 촬영을 했었다.

인강 중심이 아닌 오프라인 중심이기에 내가 알아서 칠판을 집중하면서 강사님의 필기들을 담아냈다.

그 당시 내 나이는 21살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담고 있어 고시 공부와 나는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고, 단순하게 나는 주어진 시간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루하고 시계를 자꾸 보기도 했었다.

주로 하루 일당이 많으면 30,000원 적으면 15,000원이었다. 그렇게 코 묻은 돈을 벌고자 한쪽 어깨에는 삼각대, 다른 어깨에는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메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 알바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하기보다는 남들 공부할 때 나는 뭐 하는 거지 오히려 현실 자각 타임이 오곤 했다.

일을 하고 두어 달이 지났을 무렵 노량진 학원 강의 담당자는 나보고 강남에 출근할 것을 권유했다. 시간당 500원도 더 주고, 거기는 노량진처럼 북적거리지 않아서 좋을 거라고 하며 다른 지점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한참 수습 기간을 지나 적응할 무렵, 난 당황했지만, 시간당 500원을 더 준다기에 수긍하고 강남학원으로 출근했다.

노량진은 고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주라면, 강남은 로스쿨을 들어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있었다.

촬영할 때 지금 어느 페이지를 공부하는지 몇 번 문제를 풀고 있는지 알아야 했기에 모의고사 시험지를 나도 받게 되었다. 

강사님은 학생들에게 시험을 볼 시간을 주셨고 딱히 지루하게 시간을 가는 것보단 나도 문제나 풀어 볼까 싶어 덩달아 풀기도 했었다.

어느 순간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시험 문제들을 나도 한 자 한 자 읽으며 답 체크를 하고 있었다.

제법 문제의 동그라미가 늘어날 때마다 신기하기도 했었고, 영화밖에 몰랐던 내가 이런 문제 푸는 재주도 있네 싶었다.

그러던 한 강사분이 “보통 다른 분들은 촬영만 하고 쓱 가시던데, 촬영 기사님은 문제도 푸시고 그러지 말고 로스쿨 가보는 건 어때요?”라며 말했다.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아 당황스러웠지만 잠시 혹한 마음이 있었다.

그 혹한 마음은 나의 꿈인 영화감독을 이기진 못했다.

같은 카메라이지만 나는 내가 담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싶었고, 학원강사님의 메시지를 담기에는 시급은 세지만 일한 시간이 적어 내 주머니가 만족만큼 채워지지 않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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