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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자 Oct 23. 2021

내일 나의 직업은?-10

에필로그

시간을 되돌아보면, 지나왔던 순간들, 상황에 바뀐 내 직업들에 대해 ‘괜히 했다’라는 마음보다 나는 매 순간 내가 있었던 그 공간, 그 위치를 사랑했던 거 같다. 

촬영장에서 감독이 ‘레디 액션’을 외치면 모두 한 곳을 집중하며 숨소리도 숨기던 순간,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하루 아침에 직장에서 잘리던 시절, 손님에게 대놓고 메이크업 못한다고 구박받던 지난 날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주마등처럼 내 머리 속을 지나간다.

그때 나는 진지했고, 지금도 진지하다. 어중간하게 애매하면 대충하자보다 이왕 하는 거 끝을 보자라는 마음이 컸다. 사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하다 보면 길이 있겠지’라는 생각도 가지기도 했다.

성격 탓인지 나는 한 번 시작한 게임에도 대충이라는 마음보다 끝을 보고 최고치 레벨을 기록한 적도 몇 번 있다. 그래서 그런 나를 잘 알기에 원래 게임에 별로 관심도 없기도 해서 게임을 잘 안 한다. 

내 지난 날들,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나도 잊고 있었던 속상했던 이야기. 그때는 속상해서 아팠었지만, 이렇게 글로 풀어가보니 지금의 나라면 나를 다독여줄 수 있을 거 같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분명 그때 말해주는 이가 있었지만, 그 당시 나는 받아들이기보다 내 잘못을 탓하고 “내가 부족하고 준비가 덜 돼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거야”라는 그런 생각이 나를 한동안 힘들어 했었다.

그 힘들었던 만큼 인정을 받았던 날들, 눈 떠보니 내가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지금의 나이. 사실 지금의 나이도 그때의 나와는 별반 다르지 않지만, 마음의 여유는 많이 생긴 거 같다. 아무래도 전보다는 삶의 무게가 조금 더 생긴 탓에 예전에는 전전긍긍했던 순간들이 간혹 숙연하게 대처할 때도 있다. 

처음에 글을 쓴다고 마음먹었을 때, “내 이야기를 누가 재미있게 봐줄까?”라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막막했다. 끈기 없이 이 직업 저 직업을 한 게 무슨 자랑이라고 생각도 들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 버릴 거 없고 버리고 싶지 않은 내 소중한 직업들이 있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추억도 많이 쌓고, 경험이라는 큰 부분이 생겨 나의 경력이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게, 상황이 우연이 맞아 떨어져서 진행했던 그런 순간들이 있기에 매 순간 도전하기 좋았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앞으로 계획은 미용학부로 대학원 진학을 하고, 유튜브 채널을 지금 보다 더 키워 나가면서 영상의 퀄리티도 높이며 컨텐츠를 제작할 줄 알고, 분장을 쉽게 도전할 수 있게 교육양성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가장 이루고 싶은 소망은 내 독립 영화를 다시 찍고 싶다. 배우에게 디렉팅을 해주면서 분장 총괄 로서도 지도하는 부분이 쉽진 않겠지만, 나의 강점을 살려 영상미를 끌어내 만들어 보고 싶다. 

늘 분장일을 하면서 많은 촬영 현장을 다니는데, 그때마다 열정으로 시작했던 영화 작업이 나를 설레게 했다는 걸 더 생각나게 하는 거 같다. 

그동안 나의 직업은 우연한 호기심이 업이 되었고, 앞으로도 어떤 상황으로 인해 또 어떤 직업을 갑자기 하고 있을지, 나 역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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