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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자 Oct 23. 2021

내일 나의 직업은?-9

제8화 안녕하세요. 상담원 김빵떡입니다.



알바를 좀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알바. 전화 상담원 아르바이트였다.

인 바운드, 아웃 바운드 둘 다 해본 나는 도, 레, 미, 파, 솔, 솔 톤으로 ‘친절하게 모시겠습니다’ 라며 인사를 권하면 보통 친절하게 맞아 주기보다는 화가 잔뜩나서 여태껏 들어보지도 못한 욕 같은 멘트를 던져둔다던 지, 상담원인 나보다 친절하게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처음 해봤던 나의 상담원 역할은 고객들이 전자제품이나 차량을 결제할 때 할부금에 대한 약정 안내를 해주는 일이었다. 다달이 얼마의 수수료가 나가며, 원금을 상환했을 때에는 얼마의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것인지라 수학에 약했던 나는 계산기를 늘 두드려가며 설명을 해주곤 했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목이 아파 평소에 마시지도 않던 녹차나 우롱차를 주로 마시기 시작했고, 2교대로 진행이 되어 오전 조에 출근하거나 혹은 오후 조에 출근하는 날이 들 쑥 날 쑥이었다. 

처음 인 바운드 콜센터에서는 그중 내가 가장 막내였었고, 이직 준비를 하다가 실패를 해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했던 언니들이 주로 많이 왔었다.

처음에 교육을 들을 때에는 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했던 언니들이 나보다 멘트도 찰지게 하며, 고객님 들의 궁금증과 불편함을 잘 풀어주곤 했었다.

전문적인 멘트가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분명 저 언니들이랑 같은 교육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학급에서 가끔 남아서 공부하는 나머지 반 아이처럼 팀장님과 파트장님에게 혼나고 교육을 여러 번 받으며 콜센터 업무를 하곤 했다.

보통 어느 회사든 “모르면 물어봐라” 하면 안 물어보고 끙끙대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질문과 문제점들을 가지고 오니 나중에는 엄청 귀찮아했었다.

그래서 ‘내 적성이 아닌가 보다’ 하며 이번에도 다른 알바를 구해야겠다. 싶어 그만두려고 치면 그땐 오히려 팀장님이 잡아서 그래도 해보자고 잘 다독여 주시기에 내가 그래도 못하지는 않나 싶었지만, 사실 신입생들을 재교육을 시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나온 후에 느꼈다. 

그렇게 첫 콜센터 아르바이트를 관두고 일 년이 넘게 알바몬에서 다른 아르바이트만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갑자기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자고 전화가 왔다.

충정로에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는데 시급 6,000원이라는 말에 나가보니 또 상담원 일이었다.

이번에는 아웃바운드 업무였다.

교육을 듣는 내내 내가 봐도 내가 신뢰감이 떨어지는데 이게 과연 먹힐까? 이런 심정이었는데,

이번 상담원 업무는 전화로 고객님들이 남은 카드회사 포인트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지금같이 보이스피싱이 엄청나게 판을 치는 세상은 아니었기에 제법 팔리긴 했었다.

그런데도 나는 열심히 열과 성의를 다해 물건을 팔면, 나를 꼬드겼던 내 친구는 내가 1개 팔 동안 5개를 팔았다. 

같은 날이 입사에서 들어왔는데, 이번에도 나는 약간 나머지 반 학생처럼 할당목표치를 못 채우는 상담사로 낙인이 찍혔다. 친구는 하루에 200만원을 팔라는 미션을 내어줄 때 나는 하루에 90만원을 팔으라는 미션을 파트장님이 주셨다.

사실 나에게는 하루에 20만 원 팔라는 것도 벅찼다.

게다가 친구와 비교가 되는 내가 몹시 초라하게 느껴졌었고, 내가 봐도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판매하는 상담원 일은 관두기로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그 뒤로 상담원들과 통화를 하게 되면 그분들의 업무 환경을 알기에 남 일 같지 않은 기분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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