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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자 Oct 15. 2021

내일 나의 직업은?-6

제5화 말 더듬는 강사인데요.

내가 말을 더듬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소극적인 성격보다는 급한 성격 탓에 더 그렇게 된 거 같다. 혀도 짧은 편이 아닌데, 하고 싶은 말들이 꼬이기 시작하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정확하게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이런 상황들이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도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사회생활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뭔가 모르게 그 습관은 내 신뢰감이 떨어지거나 허당같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분장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서서히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내가 아는 부분을 나눠주고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다.

평상시 그냥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서도 가끔씩 더듬었던 내가 미용 전문강사가 되어서는 얼마나 많이 더듬었을지 생각이 될까? 특히나 신입 강사 시절에는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내가 미용학원 전임강사로 있었을 때 이야기다. 내가 전임강사로 부임하기 전에 있던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신뢰 가는 강사였는지 이미 어느 정도 배웠던 수강생들은 내가 새로운 강사로 등장하니 텃새를 피우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새로운 강사에 대해 신뢰감이 별로 없을 텐데, 말까지 더듬는 모습은 보이기 싫었다. 나는 보통 긴장하거나 주목을 받으면 버벅거리는 상황이 있는데, 특히나 메이크업을 공개적으로 시연하고 설명할 때 그런 부분들이 종종 있었다.

머리 큰 아이들에게 기 눌리기 싫어서 질문이라도 할까 싶어 난 강의 전에 그날 진행할 수업을 대사처럼 외울 수 있게 쓰고 외웠다. 그렇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처럼 부족한 부분은 직전 조금씩 공부해 그날 레슨을 해주는 느낌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100을 알려주려면 나는 적어도 200을 알아야 했다. 말 더듬고 현장 경험이 부족한 부분을 알았기에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경험을 쌓아 나갔다. 그렇게 어느덧 신입 강사였던 우연한 계기로 외부로 특강을 자주 하게 되며 좀 더 자신감을 찾아 나갔다.

내가 청소년 때 영화동아리 활동하던 센터에 계시는 한 선생님께서 나에게 메이크업 아티스트 특강을 요청하셨다. 두려움이 앞섰지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80분이라는 수업 동안 중학교 친구들에게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해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과거 2014년 그때 당시에도 메이크업에 대해 웬만한 어른보다 많이 아는 청소년들이었기에, 어떤 말을 해줘야 하나 막막했었다. 그렇게 그해 나는 처음 진로특강을 하게 되었다.

당시 한 달에 몇 번씩 문의 들어오는 진로특강을 통해 나의 직업의 세계를 알려 주고,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메시지들을 전달해주며, 나 또한 성장했던 거 같다. 그렇게 나도 더듬거리던 모습도 점차 발전하고 있었다.

늘 똑같은 패턴으로 말하는 것보다 학교마다 학생들의 느낌과 분위기에 따라 특강의 소재는 조금씩 다르게 진행이 되며,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소재와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강의 평가가 잘 나오게 하려고 수업 직전 마트를 들려 초콜릿이나 사탕을 사서 수업 때 강화물로 주기도 했었다. 확실히 애들은 뭔가를 먹이면 내 편이 되는 거 같았다.

어느덧 사설 외부 강의를 통해서도 강의 의뢰는 점차 쌓이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종종 말을 더듬곤 한다. 나보다 기가 세 보이는 중고등학생들이나, 화장은 나보다 진해서 이미 성인 같은 학생들을 보고 순간적으로 단어가 생각 안 나 올 때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예전처럼 당황하기보다는 혀가 꼬여서 말이 잘못 나온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행동했다.

그런데 내가 말 더듬는 습관보다 간혹 난감하게 하는 건 발랄한 아이들의 질문이었다. “선생님 얼마 벌어요?” “봤던 연예인이 누구예요?“ 등 여러 질문들이 쏟아지곤 하는데, 수년째 강의를 하지만 아이들의 질문은 한결같으면서 학교마다 분위기가 조금 달라 질문의 난이도나 온도차가 있었다.

답변을 할 때마다 나를 난감하게 하는 건 수입에 관한 질문이다. 좋은 말로 풀어 “선생님은 연봉제보다는 작품 퀄리티나 촬영장 제작 상황에 따라 달라진답니다.” 이렇게 답변을 하곤 한다.

말 그대로 작품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기도 하며 어쩔 땐 웬만한 직장인 월급 이상으로 받거나 혹은 비수기 일 때는 이게 수입인지 용돈인지 싶을 정도여서 정말 말하기 민망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차라리 가끔 남자 친구 있냐는 질문이 반가울 때도 있다.

오늘도 진로체험 특강을 하고 왔는데, 다행히 호응도 좋고 질문도 많이 있었다. 역시 빠질 수 없는 질문, 얼마 버냐는 질문은 빼놓을 수 없었다. 오늘은 정확하게 원 단위까지 물어보기에 웃으며 실제 사례를 들려주니 아이의 입이 딱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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