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사자 Oct 13. 2021

내일 나의 직업은?-5

안녕하세요. 은사자입니다.

“안녕하세요. 은사자입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진행할 분장은 얼굴에 캔 박힌 특수분장을 진행해 볼 건데요.” 오늘도 그렇게 나는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한다. REC버튼이 눌리면 나는 분장 컨텐츠를 촬영하는 유튜버 ‘은사자’로 변신한다.

2017년 가을 첫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같이 영화동아리 했던 친구가 연출 겸 편집을 해준다고 하길래 나는 유튜브 컨텐츠 올릴 특수분장를 연구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취업했다는 핑계로 같이 하기로 했던 유튜브는 물거품이 되었다. 컨텐츠가 아까워서 혼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포기를 할 수 없었다. 장비 하나 없던 나는 예전 영화 동아리 했던 기억을 살려 촬영장비 업체를 알아보며 카메라, 삼각대, 조명장비를 빌려 직접 촬영하기로 했다.

그렇게 첫 영상이 나왔고, 영상 반응은 “어우 징그럽다.” “특수분장 정말 재미있어요!” 등 여러 반응들이 나왔다.

유튜브 시작에 만족하며 영상 한두 개씩 올리면서 건당 지급하는 편집자 동생도 두며 소소하게 채널을 키워가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SBS스브스 뉴스팀에서 연락이 왔었다. 내가 만든 분장 컨텐츠 영상을 보고 관심이 생겨 2018년도 할로윈 컨셉에 맞춰 출연이 가능하냐는 제안이었다. 전문 특수분장사 겸 유튜버 ‘은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소개해주며 스브스 출연진들에게 특수분장을 해주는 컨텐츠였다.

그 길로 그렇게 그 PD님과 인연이 생겨 아프리카TV에 소속된 전문 BJ 활동도 1년 넘게 진행했었다. 구독자는 많지 않았지만 나름 소수의 팬을 유지했다.

어느 순간 내 삶에 유튜브는 자리를 잡고 있었고, 유튜브가 내 업이 되었다. 내 직업은 메이크업아티스트, 특수분장사에서 추가로 크리에이터 은사자로도 활동하게 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유튜브도 한다고 하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수입이 어떻게 되냐며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고, 평상시 나에 대해 별 관심 없던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연락하며 반갑다고 인사하기도 했었다.

주변의 응원 반 우려 반으로 진행하며 채널을 키워 나갔다. 내 유튜브 구독자의 절반 이상은 학생들이기에 학생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분장이나 영화커버 분장을 다양하게 촬영하며 컨텐츠를 쌓아갔다.

일주일에 영상 한 개 이상 업로드 목표를 두고 그렇게 나의 쳇바퀴는 돌아갔다. 욕심이 많아 현장 일도 유튜브 일도 버릴 수 없었던 나는 아파도 골골거리며 현장 일 끝내고 와서도 카메라 앞에 앉아 다음 컨텐츠를 만들어 나갔다.

유튜브로 들어오는 수익보다 컨텐츠를 만들기에 들어가는 소품, 분장 재료비용이 더 들어가면서도 나는 그렇게 은사자로 지냈다.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는 소품들 직구를 하면서 컨텐츠를 만들었었고, 새로운 영화가 개봉을 하면 “다른 유튜버가 올리기 전에 내가 먼저 커버분장 해야지”라며 새로운 분장도 연구했었다.

아무리 전문가라지만 본인 얼굴에 직접 몇 시간 동안 분장을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 얼굴에는 30분이면 하는 일을 내 얼굴에는 직접 촬영하면서 소개하면서 분장을 하니 2시간,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조금 더 진짜처럼 보이고 싶어서 최대한 비슷한 영화 속 주인공 옷도 입으며 연기도 했었다.

단순하게 분장 컨텐츠를 알려주는 선생님으로 시작하였는데, 어느새 조회수와 썸네일을 고민하는 내가 되었다. 그러던 내가 한 번씩 번아웃이 왔었다. 이 일은 너무 좋은데 매번 과제처럼 나를 숨죽여왔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짜증이 늘어갔었고, 저질체력으로 링거 투혼으로 버텨 나가며 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내 컨텐츠를 유심히 보던 유명BJ분들은 한 번씩 연락을 줘서 합방도 하게 되어 영상을 찍게 되면서 덩달아 내 이름도 소개받곤 했었다. 한번은 19년 전 소식이 끊겼던 초등학교 동창이 우연히 내 영상을 보고 연락을 주는 일까지 생겼었다. 너무 신기하게도 나를 기억해주고 연락해준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던 나는 한편으로 힘듦을 느끼면서도 유튜브를 시작해 본 사람들 만이 아는 그런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처음에는 소심하게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를 이젠 영상에서 자연스럽게 “그럼 이번영상도 재미있게 보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고요. 우린 다음영상에서 만나요! 뿅~!”을 외치며 오늘도 나는 영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유튜브에 영상 올릴 얼른 준비하러 가야겠다. 나는 오늘도 은사자 on 스위치를 누른다.


영화 커버 분장 썸네일


캔 박힌 분장 썸네일

이전 04화 내일 나의 직업은?-4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