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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자 Oct 16. 2021

내일 나의 직업은?-7

제6화 배움에 끝이 있다고? 누가 끝이래!

손님에게 메이크업을 해주다 문득 ‘내가 처음부터 특수분장만 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내가 처음에 시작한 마음가짐과 조금 다르게 메이크업을 주로 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겠지!’ 싶었다.

메이크업과 특수분장은 공통점보단 차이점이 많기에 아무래도 특수분장은 미용이긴 해도 미술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주로 배우 얼굴에 보형물을 붙이고 채색을 진행하며 생소한 재료들을 조합하고 만들어 하나의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을 진행한다. 집 근처 화장품 가게에서 판매하는 재료들도 아니고, 치과에서나 쓸 법한 알지네이트 제품을 이용해 배우 얼굴 형성을 뜰 때 진행되는 작업을 주로 진행한다.

예전 영화 현장에서 특수분장을 독학으로 한 경험과 기본 분장 커리큘럼으로 마스터한 부분으로 간단한 특수분장은 얼마든지 할 줄 아는데, 사실 나에게는 그런 부분이 내 성에 차지 않았다. 초급 수준 특수분장만으로 ‘특수분장사’로 불리는 게 내 나름대로 탐탁치 않았던 것도 있다. 뒤늦게 미용 학부를 가자니 나이가 거슬렸다.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을 가자니 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연줄을 총동원해 저 끝에 목말라 있는 특수분장 배우고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늘 주변에서 돌아오는 답은 “특수분장 돈도 안 되는 거 굳이 왜 하려고?”

물론 인생에서 돈도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신 선생님을 찾아 뵙고 개인레슨을 받으며 조금씩 내 수준이 채워 나갔다. 짬 나는 시간에 배워야 했기에 열심히 번 돈으로 비싼 개인레슨과 재료비를 부담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고, 내게 특수분장사라는 타이틀이 제대로 갖춰지는 거 같았다.

수준급 과정을 배웠다고 물론 다가 아니었다. 작은 특수분장 현장이라도 나는 일을 따내어 내 입지를 넓혀 나갔다. 거기에도 모자라 해외여행을 나가면 세미나가 있으면 꼭 참석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하나라도 더 얻어가려고 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무섭다고 했는데 늦게 배운 분장의 세계는 나를 더욱더 두근거리게 했다.

“아 진짜 징그럽다.”, “대박 네가 한 거야?” 등 많은 말들이 더 열심히 하라고 다독여 주는 거 같았다. 그렇게 내 포트폴리오는 조금씩 채워져 나갔다.

한번은 내 현장 사진을 올린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청담동에 위치한 한 바에서 핼러윈 분장을 요청했었다. 처음에 의뢰가 왔을 때 4명만 진행한다고 해서 어시 1명만 데리고 가서 진행했다. 근데 웬걸 거기 현장에서 반응이 좋아 갑자기 돈은 얼마든지 더 줄 테니 20명 가까이 분장을 해달라고 했다. 심지어 거기에서 내가 학창 시절에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돌 가수가 나를 보고 원장님이라고 부르며 입 찢어진 분장을 해달라고 했다. 이게 바로 성공한 덕후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그 청담동 바는 핫 플레이스에 연예인들이 파티 하는 장소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쓸 거로 생각했던 특수분장들이 어느새 광고세계에서도 조금씩 자리 잡고 있었다. 운동선수가 땀을 흘리는 장면부터 화재 현장으로 불에 그을린 자국이나, 사춘기로 여드름이 난 학생까지 다양한 광고에서는 특수분장이 필요했다.

보통 요리는 한식이면 한식, 일식이면 일식 이렇게 메뉴라도 있지, 특수분장은 엊그제는 상처 분장 어제는 노인분장 오늘은 무좀 분장 이렇게 다양하게 장르를 넘나들어 내가 마술사라도 된 기분이었다. 현장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온 날이면, 해외 영상이나 구글링을 해서라도 더 연구했었다.

아직도 난 많이 부족하고, 더 많은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싶기에 조만간 또 세미나를 들을 생각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알면 알수록 새롭다.

내일도 촬영이 있어 현장에서 인조 피를 만들러 가야지.


특수분장 작업중 모습


특수분장 작업중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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