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영현 (문화예술매개자)

LEE Younghyun__수염 3년 차

by Jesse
Frame 24 (1).png 이영현 LEE Younghyun (문화예술매개행정, 수염 3년 차)

1. 간단한 자기소개와 수염歴

이영현입니다. 문화예술과 사람을 잇는 일을 하고 있고, 수염 3년 차입니다.


2. 언제, 어떤 계기로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는지

2023년 초에 4년째 다니고 있는 바버샵에서 권유를 받아 지금까지 기르고 있습니다. 구레나룻이 빨리 자라는 편이라 윗머리보다는 턱부터 구레나룻의 털들을 정리하러 바버샵에 자주 갔었는데, 기왕 빨리 자라는 것을 길러보면 어떻겠냐고,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해주셔서 이렇게 되었네요.

바버샵은 제기동에 있는 보구바버샵입니다. (바버님이 언급해 달라고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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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수염을 기른다는 사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재단법인 성북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매개행정, 문화예술과 행정을 잇는 일을 하고 있고 요즘 주로 하는 일은 축제 기획, 청년창업지원, 커뮤니티사업 및 지역활성화사업 등을 하고 있어요.


흔히들 공공기관하면 보수적인 분위기를 생각하시지만, 문화예술계에 속한 공공기관이라서 그런지 안 좋은 시선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수염 덕분에 문화예술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에게는 좀 더 친근한 비주얼(?)로 다가갈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사업을 할 때도, 수염 덕분에 눈에 띄어서 동네분들의 기억에 더 잘 남아 좋고요.


일이랑은 별개로 수염을 기르고 나서, 아무래도 다른 수염남분들이 어떻게 스타일링하고 다니는지 보게 돼요. 예를 들어, 수염을 기르고 나서 수염만으로는 좀 허전한 기분이 들어, 외출할 때는 (도수 없는) 안경을 끼기 시작했고 옷 입는 스타일도 약간 아메카지 스타일*로 변했어요. 정확히 무엇이 바뀌었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인 스타일이나 취향에 영향을 받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Japanese Americana Style


4. 어떻게 지금 일을 하게 되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어렸을 때부터 박물관을 좋아했고, 학예사라는 일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죠. 근데 막상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학예사라는 일을 통해서 보람과 안정적인 생활이라는 두 선택지를 다 갖기는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하며 마케팅, 브랜딩을 공부하고 일반기업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지고 말았죠. 모 음료기업의 영업직에는 합격했지만, 영 내키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공덕역 임시부지에 “늘장”이라는 장터를 운영하는 역할을 제안받았죠. 잠깐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일인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활동가를 지원하는 공공영역(재단)에서 일하게 되었네요. 다양한 활동가들을 가까이서 접하며 그들이 이루고 싶은 그림을 함께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도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명확하게 본인이 지향하는 바를 실천해 나가는 활동가와는 달리 공공영역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조직 사이에서 진행해야 하는 절차라든가,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주변 눈치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부분인 거 같아요.


5. 수염을 기르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면?

수염을 다듬고 정리하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2~3주에 한 번 주말 아침 루틴으로 바버샵에 가서 머리를 깎는데, 깎으면서 수염도 다듬고 정리를 합니다. 그게 큰 힐링이 되죠.

1주일 정도 되면 수염이 금방 자라서 콧수염은 눈썹가위로, 턱수염 및 구레나룻은 바리깡으로 한 번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정제된 스타일을 좋아해서, 볼까지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지는 않습니다. (나름 수염남치고는 깔끔한 스타일이라 생각합니다.) 종종 일이 안 풀리거나 긴장할 때는 턱수염을 만지는 버릇이 생겼어요.

IMG_1223.JPG.png 위에 뭐가 있나.... 없구나.


6. 수염 때문에 있었던 안 좋은 일이나 에피소드, 주변에 시선이 있다면?

딱히 안 좋은 일은 없었습니다. 모르는 분들께 직업얘기를 하지 않고 맞춰보라고 말씀드리면 디자이너, 바버, 예술가 등 다양한 직업들이 나와서 재미있어요.

가장 걱정했던 것이 고향에 계신 어머님의 시선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마흔이 다되어가며 길렀더니 이제 포기하신 거 같습니다. 서른 전에 전통시장활성화 관련 일을 할 때도 잠깐 수염을 길렀던 적이 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어린놈이 수염이나 기르고 말이야”라며 혼쭐이 난 적이 있었지만, 10여 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주변 시선은 크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끔 가족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수염 있는 어른을 무서워하는 어린 친구들도 있어서 걸림돌이 있을 때가 간혹 있어요. 그래서, 한 번은 “수염 아저씨를 찾아서 함께 인증샷을 찍으면” 경품을 주는 식으로 이벤트를 기획해 보았는데, 약간 무서워하면서도 함께 사진 찍으려 온 아이들이 귀여웠습니다. 수염 있는 아저씨(..)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좋게 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고요.


7.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며 사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

수염을 기른다는 것이 남들과 크게 다른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들이 기초화장도 하는 시대이고, 레이저 제모로 수염 자국을 없애는 남자분들도 많더라고요. 세상에 그런 사람들도 있는데, 저 같은 사람도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기왕 남들과 다른 선택이라고 비춰진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달라지면 좋겠네요. 다 똑같으면 재미없으니까요. 세상에 지금 자신의 얼굴을 갖고 싶어서 가진 사람은 없겠지만, 그 뒤에 여러 옵션을 선택하고 가꾸어나가는 것은 본인 의지 아니겠습니까? 저는 제 의지로 수염을 선택하고 기르고 있으니 매우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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