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

<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 67~70

by 미르mihr



사막은 무언가로 우글거린다... 기관 없는 몸체는 죽은 몸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몸체이며, 조직체와 그 구성을 파열시킨 만큼 더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더 펄펄 들끓는다.


Le désert est peuplé... Le corps sans organs n'est pas un corps mort, mais un corps vivant, d'autant plus vivant, d'autant plus grouillant qu'il a fait sauter l'organisme et son organisation.






언젠가 템플스테이에서 모래만다라 그리기 체험을 했었다. 만다라가 스케치된 종이 위에 여러 가지 색 모래를 조심스레 공들여 올렸다. 색모래를 고정시킬 풀이 준비되어있지 않아 그저 모래를 올려둘 수밖에 없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모래로 색 입히기가 완성되자마자 스님 왈.


"이제 다 쓸어서 버리세요."


내 시간과 노력의 결과를 그냥 쓸어버리라니, 아깝고도 허무하도다. 그런데 막상 다 쓸어버리고 나니, 마음의 무게도 따라 쓸려나간 듯, 조금 가벼워지는 게 아닌가. 그때 쓸어버린 색 모래들의 고향도 사막이었을까? 그때, 그들은 어떤 생생함과 들끓음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거기에 더해 내 마음의 무게까지 짊어진, 그 모래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또 어디로 쓸려가고 있을까?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3화Day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