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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Apr 15. 2024

그들은 공무원이 아닌 막일꾼이었다.

산림엑스포  후일담 22


   2022년 4월, 행사 6개월을 남겨놓고 현장에 내려온 직원들 앞에는 고난의 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먼지와 함께 물체들이 날리고 비가 오면 어디 한 곳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땅이 물러 발이 빠졌다. 비가 오면 배수로가 막힐까 삽과 괭이를 들고 배수로 청소를 해야 하고 바람에 부러진 나뭇가지는 왜 그리 많은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 여름이 다가오니 행사장 전체가 풀밭이다. 풀은 베고 돌아서면 바로 그만큼 자랄 정도로 6만 평이 넘는 넓은 공간은 항상 풀밭이었다.


가끔씩 외부에서 현장을 보러 오는 인사들은 행사장이 관리가 안된다고 질타를 해대고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답이 없었다. 그러나 현장은 사무실과 과외의 바깥일까지 겹치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바빴다. 나중에는 조직위 직원들이 공무원인지 막일꾼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전 직원이 막일꾼이었다.


어느 날 삽자루를 들고 생각하니 ;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전시물 직접 만들기, 모래주머니 만들기, 배수로 정비, 풀 깎기, 꽃씨 뿌리기, 쓰레기 줍기, 수해복구 등 직원들이 현장에 머물며 직접 해야 했던 일들이다. 당초 계획했던 전시물들이 예산 부족과 업체 참여 부족으로 설치가 불가했다. 자작나무 움막집 두 채를 시작으로 그네와 미니집라인, 그늘막, 텐트촌 등 많은 시설물이 직원들의 손에 의해 하나 둘 완성되어 갔다.


팔레트를 얻어와 그림전시 시설을 만들고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었다. 곳곳에 찢어지고 부러진 나뭇가지를 베어내고 주워냈다. 비에 쓸려나간 주차장과 전시공간 곳곳을 삽을 들고 보수했다. 후원 물품을 받았는데 한밤중에 도착하거나 새벽에 도착하면 장비가 없어 직원들이 직접 하차를 해야 했다.  그렇게 지나고 나니 시간은 추억처럼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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