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진가는 뉴욕 밖에 있다_음식편: 롱아일랜드, 버팔로, 할렘
"뉴욕 음식" 하면 어떤 음식이 떠오르시는가? 피자? 핫도그? 브런치?
미국 자체가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이지만, 뉴욕 주는 특히나 다양한 문화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예를 들면, 한국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부위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는 LA 갈비처럼 말이다. 이처럼 다양한 나라의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살아가며 주어진 환경과 재료로 고국에서 먹었던 맛을 기억하며 새롭게 창조해낸 음식들이 바로 뉴욕의 문화를 가장 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뉴욕 시티를 중심으로 뉴욕에는 백인뿐 아니라 흑인, 아시안 등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기 때문에 과거부터 소외된 것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그들을 다양하게 지원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시작되는 곳이 뉴욕이기도 하다.
이는 음식 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기존에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던 식재료 및 음식들도 뉴욕에서 재탄생되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편에서는 뉴욕에서 태어난 원조 뉴욕 음식 중, 다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거나 새롭게 재탄생한 음식 3가지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소개할 음식은 뉴욕 시티 즉, 맨해튼 할렘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Chopped cheese이다.
아랍 음식에 기원하고 있는 찹 치즈는 햄버거와 비슷하지만, 고기를 햄버거 패티처럼 동그랗게 굽는 것이 아니라 비빔밥에 올리는 고기 고명 마냥 chopped, 즉 조각조각 낸 소고기로 속을 채운다. 다진 고기와 함께 토마토, 치즈, 양상추 등의 야채를 Hero (히로) 빵에 담아내면 찹 치즈 완성. 잘린 고기 때문일까 흔히 뉴욕의 필리스테이크로 불리기도 한다.
찹 치즈가 정확히 어디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썰은 많지만, 대부분 Blue Sky 델리가 찹 치즈를 처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동의하는 편이다. 로컬들에게는 Haji's라고도 불리는 Blue Sky는 다른 델리와 마찬가지로 겉보기에는 크게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하지스는 할렘 지역 출신 래퍼들 (Cam'ron, Dave East 등)의 뮤직비디오에 여러 번 출연한 경력이 있는 '힙한' 델리 되시겠다.
델리 안으로 들어가면 셰프나 찹 치즈가 미국 티비쇼에 나온 장면, 잡지에 실린 기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찹 치즈가 할렘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 유명해지면서,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한 개에 $10, 한국돈으로 만원이 넘는 비싼 찹 치즈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컵밥 같은 간편 음식을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가격에 제공하는 것과 같달까? 물론, 고급 재료를 사용한다면 똑같은 음식이라도 맛은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음식들은 학교 끝나고 단짝 친구와 사 먹었던 경험 등 일상의 추억과 연결되어 있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Haji's의 경우, 지난 몇십 년간 찹 치즈의 가격을 몇 달러만 인상해 할렘 지역 주민들의 언제나 부담 없이 찹 치즈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게 내부에 있는 손님들도 대부분 찹 치즈를 주문하는 사람들이어서 계산대에서 주문을 한 후, 몇 분 후에야 찹 치즈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받아본 찹 치즈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같은 모습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서브웨이 샌드위치 빵이 좀 더 가벼운 식감이고 hero 롤은 좀 더 밀도가 있는 식감이라는 점이다. 찹지즈 자체의 맛은 햄버거와 비슷했다.
맨해튼에 여행 오신다면, 많이 알고 계시는 할랄 음식과 함께 찹 치즈를 경험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
구글맵: https://g.page/hajjis?share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25분
뉴욕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뉴욕 베이글이 아닐까 싶다. 한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맨해튼 유명 베이글 가게 삼대장 (Ess-a-Bagel, Russ & Daughters, and Murray’s Bagels)을 포함하여 베이글 가게/델리는 뉴욕 주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베이글을 프렌치화 시킨 셰프가 있으니 바로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Fiorello Dolce 베이커리의 Executive Pastry Chef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 이자 베이커리 owner인 Gerard Fioravanti이다. Fiorello Dolce는 인스타그램에도 '뉴욕 동쪽 (롱아일랜드 위치) 및 파리 서쪽 최고의 크루아상'을 만든다고 적어놨을 정도로 제빵에 대한 자부심 즉, '제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프레네이글은 어느 날 셰프가 잠깐 쉬던 중, 베이글을 먹고 싶었으나 피오렐로 돌체 베이커리에서는 베이글을 팔지 않았기 때문에 남는 크루아상 반죽으로 베이글을 시험 삼아 만들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크루아상은 흔히 달콤한 빵으로 알려져 있지만, 프레네이글은 정말 베이글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빵 위에 통깨, 흑임자 등을 올리고 안에는 '파'로 만든 크림치즈나 야채 크림치즈를 넣어 식사빵 느낌이 나도록 했다.
해당 메뉴는 미국 유명 제과제빵 프로그램 중 하나인 Bake you rich에 나가 우승하면서 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방송 후 첫 주에는 무려 600개가 넘는 프레네이글이 팔렸다고 한다.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가니 프렌치 베이커리답게 바삭하게 잘 구워진 빵들과 견과 혹은 과일 등 재료들이 아낌없이 올려진 타르트 및 케이크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어 결정장애가 없는 감정사도 결정장애가 생겨버렸다.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프레네이글은 총 4종류가 진열되어 있었다. 가장 안쪽에 진열되어 있는 것이 메이플 시럽에 절여진 호두 토핑에 시나몬 레이즌 크림치즈 프레네이글, 그 다음이 아몬드 토핑에 버터크림 프레네이글이다. 그다음이 포피 시드 토핑에 플뢰데셀 (Fleur de Sel) 소금이 들어간 파 크림치즈 프레네이글, 그리고 가장 앞쪽에 진열된 것이 흑임자 및 깨 토핑에 플뢰데셀 소금이 들어간 야채 크림치즈 프레네이글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많이 자제해 6개의 빵들을 구매했다. 안에는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주변 공원으로 이동해 맛을 보았는데 프레네이글, 타르트, 크루아상 모두 너무 맛있었다.
프레네이글은 그 생김새가 뉴욕시티의 또 다른 유명 베이커리인 도미니크 앙셀 베이커리의 크로넛 (크로아상 + 도넛)을 연상시킨다. 크로넛은 더 단맛과 튀긴 맛이 강하다면, 프레네이글은 베이글에 결이 더 많아 더 바삭바삭한 맛을 선사한다.
피올레로 돌체 베이커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나 구글맵 리뷰 수가 그 맛에 비해 과소평가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모든 빵의 맛들이 훌륭해 다음번에 롱아일랜드에 들리게 된다면 꼭 다시 들릴 예정이다. 입가심하기 위해 들린 롱아일랜드의 커피 로스터리에서는 인생 커피를 찾을 수 있었는데,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구글맵: https://goo.gl/maps/hmLerShEbaF3cXdCA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1시간 51분
마지막으로 소개할 뉴욕 문화를 담고 있는 뉴욕 태생 음식은 바로 버펄로 윙이다. 버펄로 윙은 "나이아가라 폭포"로 알려진 뉴욕 주 버펄로 도시에서 태어나 버펄로 윙이라고 불린다.
버펄로 지역이 워낙 뉴욕시티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인지 버펄로 주민들을 "Buffalonian; 버팔로니안"으로 따로 부른다. 버팔로니안들의 특징 중 하나는 버펄로에 위치한 버펄로 윙 음식점 중 어디가 제일 맛있는지 늘 토론한다는 것이다. 글쓴이도 버펄로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미국인을 만날 때면 "어디 버펄로 윙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늘 받았던 것 같다.
이 질문에 답을 할 겸 글쓴이는 버펄로 윙으로 유명한 3군데를 다녔었더랬다. 첫 번째로 경험했던 버펄로 윙은 미국 전역에 프랜차이즈를 둔 Buffalo Wild Wings이다. 버펄로 와일드 윙스의 특징은 소스가 엄청 다양하고 매운맛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버펄로 와일드 윙스는 여러 명과 함께 가면 다양한 소스의 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는 (여러 가지 썰이 분분하지만) 버펄로 윙을 처음 시작한 음식점이라고 알려진 Anchor Bar이다. 원래 치킨 윙은 음식에 잘 쓰이지 않고 버려지는 부위였다고 한다. 그런데 앵커 바 주인 Teressa Bellissimo가 당시 대학생이었던 아들과 그의 친구들이 놀러 올 때 내줄 음식으로 치킨 윙을 튀겨 카옌페퍼 소스를 입혀 내놓은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앵커 바 및 버펄로 지역의 유명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앵커 바는 버펄로 공항 (Buffalo Niagara International Airport)에도 위치하고 있으니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잠깐 들리는 여행객들도 맛볼 수 있다.
마지막 버펄로 윙으로 유명한 음식점 및 감정사가 제일 좋아하는 버펄로 윙 집은 Duff's이다. 사실 버펄로 윙이 거기서 거기일 텐데, 덮스 (한국식으로 하면 더프스가 되겠지요...)의 치킨 윙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만이 제공하는 메뉴 Char-BQ 때문이다. 찰-비큐는 버펄로 윙을 튀긴 후 소스를 입혀 숯불에 구운, 즉 Charcoal grilled 된 버펄로 윙이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위의 버펄로 윙이 기본 버펄로 윙이고 아래가 찰-비큐인데 육안으로도 색이 훨씬 진하고 군데군데 소스가 그을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숯불갈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덮스의 찰비 큐도 좋아하실 것이다. 또한, 오리지널 버펄로 윙은 카옌페퍼로 양념하는데 카옌페퍼는 감정사가 느끼기에 고추장과 같이 깊은 맛의 매움이 아니라 탁 쏘는 매운맛인지라 찰-비큐를 더 선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버펄로에 위치한 모든 Duff's 매장에서 찰비큐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Duff's의 찰비큐를 맛보고자 하는 분들은 구글맵에서 더프스 웹사이트에 들어가 각 매장 별 메뉴를 클릭해 Char-BQ가 있는지 확인해보거나 전화로 확인하도록 한다.
아래 구글맵 주소를 적어놓은 더프스 매장은 Char-BQ를 판매하는 곳이니 참고하시면 되겠다.
구글맵: https://goo.gl/maps/sGwy4itQUg37KRfVA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5시간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