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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 Oct 20. 2022

꼬북칩으로 보는 미국 뉴욕 수퍼마켓 미친 물가

뉴욕의 진가는 뉴욕 밖에 있다_음식편: 로체스터, 롱아일랜드, 우드스탁

뉴욕의 진가는 뉴욕 밖에 있다를 이전부터 구독하신 분들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아이리쉬 펍 모두가 다름 아닌 뉴욕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런데 사실 미국에서 최초 혹은 최고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것 중에 뉴욕에서 찾을 수 있는 산업은 비단 알코올뿐만이 아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바로 슈퍼마켓 또한 미국 최초로 뉴욕에서 시작되었다.


슈퍼마켓 혹은 마트는 그 지역 주민들의 인종, 경제력, 소비습관, 생활습관 등에 기반한 니즈를 잘 파악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건 소싱과 가격 결정 등은 그로서리 판매량을 높여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행동 데이터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2년 10월 현재 미국 슈퍼마켓 산업 부분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미국 2위인 Kroger와 미국 4위의 Albertson이 합쳐짐으로써 그로서리 구입 단가를 낮추는 것뿐 아니라 더 큰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그로서리 마트 산업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사업의 흥망을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는 점에서 여러 상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실용적으로 쇼핑하고 싶었던 주민들이 많은 뉴욕에서 슈퍼마켓이 처음 생겼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한국인 비율이 약 1% 정도 되는 미국 뉴욕 시골에 살고 있는 글쓴이가 미국의 근본 있는 그로서리 마트에서 점점 더 많은 한국 식품들을 볼 때마다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


그리하여 오늘은 미국 최초 슈퍼마켓을 포함하여 뉴욕에서 시작된 그로서리 마트 3 곳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King Kullen

가장 먼저 소개할 그로서리 마트인 킹 컬른은 1930년에 마이클 컬른 (Michael J. Cullen)에 의해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에 창립된 미국의 최초 슈퍼마켓이다. 자신의 이름 앞에 '킹'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마이클 컬른의 패기는 창립 스토리에서도 잘 드러난다.


1920년대에 미국의 큰 마켓 중 하나인 크로거 (Kroger)의 직원이었던 마이클 컬른은 우리가 현재 흔히 보는 모던 슈퍼마켓에 대한 비전을 담은 6장짜리 계획서를 부회장에게 보낸다. 회사로부터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한 마이클 컬른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가족들을 데리고 롱 아일랜드로 이사해 배달 서비스가 아니라 손님들이 직접 구매 후 가져가는 셀프서비스, 충분한 주차 공간, 대량 제품 판매 그리고 할인된 가격 등을 특징으로 하는 모던 슈퍼마켓 창업에 착수하게 된다.

https://www.qchron.com/qboro/i_have_often_walked/king-kullen-the-first-supermarket/article_71e7d4e9-

그의 비전은 고객들이 원하던 니즈와 딱 맞아떨어져 슈퍼마켓이 오픈하자마자 100마일 멀리 사는 고객들도 운전해서 장을 보러 올 정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글쓴이가 쌀을 사러 갈 때마다 1시간 운전해서 들리는 한인마트가 26마일 떨어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킹 컬른의 슈퍼마켓 아이디어가 고객들에게 거의 혁신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내 킹 컬른은 첫 번째 스토어를 연지 30년 내에 뉴욕에 30개 지점을 운영하게 된다.


킹 컬른 마켓이 뉴욕의 근본 있는 슈퍼마켓인 만큼 그들이 취급하는 한국 음식은 미국 슈퍼마켓 어디에 내놓아도 판매가 가능한 합격 목걸이를 받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텐데, 킹 컬른 마켓에서 구매 가능한 한국 제품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농심의 컵라면과 신라면이다. 한국인에게 라면은 경기가 어려울 때 더 사랑받는 음식으로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킹 컬른에서는 라면 한 봉에 $1.6~$2, 한 화 약 3~4천에 육박하는 싸지 않은 음식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https://shop.kingkullen.com/categories/international/asian-id-713?page=2&skip=30

구글맵: https://goo.gl/maps/16X1cvTVnYVxVx676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1시간 9분

Wegmans

킹 컬른의 비싼 신라면 가격에 놀라긴 이르다. 제목에 적은 것처럼 뉴욕에서 시작되고 글쓴이가 제일 사랑하는 그로서리 마켓인 웨그먼스에서는 꼬북 칩을 한 봉에 $5, 한화 약 6,000원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웨그먼스는 지난 포스트 시티은행 창립자의 뉴욕 별장에서 결혼하려면 얼마일까? 에서 살펴본 코닥 회사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뉴욕 주 로체스터에서 1910년대에 시작해 현재 미국 동부에 약 100여 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로서리 마켓이다. 킹 컬른 슈퍼마켓과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을 처음 시작한 가족의 성 Wegman을 따 Wegman's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가족 비즈니스이다.

슈퍼마켓 빌딩이 처음으로 지어진 웨그먼스 로체스터 지점에는 첫 CEO인 로버트 웨그먼스 (Robert B. Wegmans)의 사진뿐 아니라 웨그먼스 그로서리 마켓의 역사까지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1930년대부터 운영을 시작한 슈퍼마켓이지만 크게 낡은 느낌은 없고 다만 인테리어에서 예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이다.



글쓴이가 웨그먼스를 좋아하게 된 것은 공부량이 많아 노는 시간도 아까울 대학원생 시절, 장을 보기 위해 근처 웨그먼스에 들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을 때부터이다. 웨그먼스는 월마트와 달리 과일이나 야채 진열에도 신경을 써 소비자들이 "우와~"하게 만드는 포인트를 알고 있는 듯했고, 내 마음을 읽고 있는 듯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한 흥미로운 상품들을 취급하는 능력을 뛰어나 미국에 온 날부터 지금까지 글쓴이 마음속 최애 슈퍼마켓을 차지하고 있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웨그먼스도 지점이 위치한 동네 별로 가격이나 물품에 차이가 있는데, 평균 소득이 높은 동네의 웨그먼스에는 애플 피킹 시즌인 가을만 되면 갓 튀긴 도넛도 맛 볼 수 있다.


한국 문화가 미국에 더 널리 알려지게 된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한국 및 아시안 식품을 웨그먼스에서 만날 수 있어 요즘도 "웨그먼스 진짜 일 잘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동안 한인마트에서만 살 수 있었던 인절미 꼬북 칩을 미국의 근본 슈퍼마켓에서 만났을 때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단 한국과 비교해 비싼 게 흠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김치의 경우 한인마트 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기도 하니, 웨그먼스의 '열일'이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구글맵: https://goo.gl/maps/YCe5zqMkffQAfJ5V8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5시간 30분



Sunflower Market

마지막으로 소개할 선플라워 마켓은 글쓴이가 (또) 좋아하는 뉴욕 주의 도시 우드스탁 (Woodstock)에 위치하고 있는 로컬 슈퍼마켓이다. 우드스탁은 무료 버스 타고 떠나는 뉴욕 단풍 여행에서 밝혔듯이 하이킹 및 캠핑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드 스탁과 라인백 (Rhineback) 지역, 딱 두 곳에만 위치하고 있는 선플라워 마켓은 우드스탁의 힙한 뉴요커들을 위한 뉴욕 주 로컬 상품뿐 아니라 캠핑족, 하이킹족을 위한 그로서리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플라워 마켓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유제품들은 뉴욕 주의 낙농장에서, 야채 및 과일은 뉴욕 주의 농장에서, 빵 종류는 근처 베이커리에서 그리고 커피, 술 등의 음료도 뉴욕 주에 위치한 회사에서 소싱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컬 음식 중에서도 홀푸드 마켓처럼 wholesome, 즉, 영양분이 많이 파괴되지 않고 건강에 유익한 제품 (natural food)들을 우선 판매한다는 것도 큰 특징 중 하나이다.


로컬 식료품 가게라 아시안 음식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한 섹션은 차지하고 있었고, 다만 앞서 살펴본 웨그먼스나 킹 컬른 슈퍼마켓처럼 한국 음식은 찾기 어려웠다. 아쉬운 대로 유기농 라면을 하나 고르고 나머지는 뉴욕 기반 식료품들을 골랐다.


먼저, 글쓴이의 눈을 사로잡은 힙한 시리얼은 뉴욕시티에서 여러 브런치 플레이스를 다니며 리뷰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인플루언서 Emily Elyse Miller가 창립한 시리얼 오프리 밋츠 (Offlimits)이다. 오프리밋 시리얼은 다른 시리얼과 다르게 NFT까지 판매하고 있는데 NFT 구매자들에게 시리얼 박스 디자인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


오프리밋의 경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 볼륨이 크지 않을 테고, 그러한 이유로 아직 큰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만나보지 못했는데 역시 로컬 기반의 선플라워 마켓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더라도 뉴욕 기반 식료품을 우선적으로 큐레이션 하다 보니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선플라워 마켓에서 1시간 근처에 위치한 Ronnybrook의 신선한 우유와 Crosscut 커피를 구매해 캠핑장에서 간편하게 아침으로 라면, 시리얼, 빵 탄수화물 3종 세트를 즐길 수 있었다. 만약 우드 스탁으로 캠핑하러 오게 된다면 캠핑러들을 위한 뉴욕의 힙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선플라워 마켓에 들려보길 추천한다.




구글맵: https://goo.gl/maps/xvyPCcjWApbzy8sn6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2시간 3분



이전 04화 뉴욕의 푸드코트는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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