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진가는 뉴욕 밖에 있다_음식편: 업스테이트 뉴욕
한 지역에 오래 머물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에 벚꽃이 필 때 라던지, 어디 마트의 딸기가 맛있을 때 라던지 말이다. 딱히 벚꽃 구경 가는 것을 즐기지 않거나, 딸기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즈음' 이 되면 문득 시간의 흐름 속에 지난 추억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뉴욕 주에 오래 머물다 보니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도 '뉴욕 화'가 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이스크림'이다.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자주 가던 아이스크림 집이 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고, 여름이 지나 바람이 선선해질 즈음이면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얼른 한 번 더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큰 도시의 아이스크림 가게들은 관광객들을 위해 추운 겨울에도 문을 여는 곳이 많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뉴욕시티 (맨해튼) 밖의 아이스크림 가게들은 농장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해변/호숫가 근처 그리고 가게에서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 전문점들이라 여름에만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과 달리 웬만한 맛집이 아니면 웨이팅이 없기로 알려져 있는 미국 외곽 지역에서도, 여름만 되면 아이스크림 가게는 시원하고 달콤한 맛으로 무더위를 이기고자 하는 미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뉴욕 주에서 찐 뉴요커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스크림 가게 3 곳을 소개한다.
뉴욕의 중앙, 센트럴 뉴욕에 위치한 시라큐스에 주민들에게 '시라큐스에서 제일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는 어디인가요?' 하면 아마 절반 이상은 "Gannons Ice Cream! 개논스 아이스크림!"이라고 외칠 것이다.
개논스 아이스크림은 Perry's Ice cream처럼 미국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개논스 가게에서 다 만드는 (from scratch)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루트 비어' 맛 아이스크림이나 시라큐스 지명을 담은 '‘CUSE TRAX (시라큐스 공룡)' 맛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을 담는 것은 와플 콘이나 컵 중에 고를 수 있고, 와플 콘에는 초콜릿 코팅이나 스프링클 코팅을 고를 수 있다. 아 여기서 영어 팁 하나! 한국에서 흔히 '초콜릿 코팅'이라고 부르는 아이스크림을 초콜릿에 담갔다 빼서 굳혀 먹는 것을 미국에서는 '초콜릿 딥'이라고 부른다. 개논스에서는 초콜릿, 체리, 땅콩 그리고 넛 토핑에 '딥'할 수 있다.
개논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종류는 하드 아이스크림, 소프트 아이스크림, sundaes (썬데), 셔벗 등으로 다양하다. 보통 나는 식사 후에 디저트 형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지만, 줄을 서다 보면 아이스크림으로 식사를 하는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Banana Split 혹은 썬대를 먹는 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두 다 맛있긴 하지만, 개논스와 같이 집에서 직접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곳에서는 하드 아이스크림이나 썬데 등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메뉴는 lemon custard (레몬 커스터드)와 같이 상큼한 맛의 하드 아이스크림과, Dark chocolate walnut (다크 초콜렛과 호두)와 같이 달콤한 맛의 하드 아이스크림이다.
피스타치오를 좋아하는 편이라 피스타치오 맛도 먹어봤는데, 개논스의 피스타치오는 비추한다.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맛집은 바로 다음 문단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구글맵: https://goo.gl/maps/4h7W9ikKhwiLj5G6A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4시간 15분
피츠포드 낙농장은 필름으로 유명한 회사 코닥이 시작된 도시, Rochester (로체스터) 주변에 위치한 작은 도시, 피츠포드에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로체스터를 방문할 일이 있으면 항상 피츠포드를 들리는 편이다.
피츠포드 낙농장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잘은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로체스터 크루아상 맛집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첫 방문하던 날 웨이팅 줄을 보고 맛집의 기운을 강하게 느꼈던 것이 생각이 난다.
피츠포드 낙농장에는 그 이름답게, 우유, 요구르트, 그리고 버터로 만드는 페이스트리 류 모든 것을 판매하고 있는 all-in-one 카페/베이커리/아이스크림 집의 느낌인데 우유, 페이스트리 류 모두 맛있다. 단, 요구르트의 경우 너무 날 것으로 보이는 것을 사면 정말 날 것의 맛이 나므로 그것만 주의하도록 하자. 또한, 피츠포드에서 유리병에 든 우유를 구매하는 경우, 유리병을 다시 갖다 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렇게 무엇을 먹어도 맛있는 피츠포드이지만, 아이스크림은 특히 인기가 많기 때문에 성수기 시즌에는 아이스크림 줄만 따로 길게 나있을 정도이다. 피츠포드 아이스크림도 이 집에서 직접 만드는 아이스크림으로, 여러 flavor 중에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 맛은 피스타치오로, 시원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안에 살짝 구운 피스타치오가 살짝살짝 씹혀 식감이 훌륭하다.
아이스크림 이외에도 크루아상도 맛있는데, 원래는 손바닥보다 컸던 크루아상의 크기가 요즘 들어 다른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크루아상의 크기가 되어 새삼스레 오른 물가를 실감할 수 있었달까.
구글맵: https://goo.gl/maps/bbxeccZbmT5gAnU77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5시간 30분
벱스 데어리 트릿의 아이스크림은 위의 두 곳과는 달리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두 곳이 가지지 못한 것을 벱스는 가졌는데 바로 온타리오 호수 전경이다.
벱스는 온타리오 호수 바로 밑에 위치한 도시, 오스위고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가게로, 바로 옆에는 시푸드 전문점 Rudy's Lakeside Drive-in이 위치하고 있어 밥을 먹고 달콤한 후식을 먹기에 적격인 곳이다.
온타리오 호수의 일렁이는 물결을 보며 평화롭게 벱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노라면 주중이라도 주말 느낌이 나고, 평일이어도 휴가 온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 특히, 오스위고는 미국에서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동네이기 때문에 저녁에 찾는다면 정말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선셋 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하와이안 쉐이브 아이스 (하와이 빙수) 메뉴도 추가되었다고 하니, 뉴욕에서 하와이의 맛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적격이다. 솔직히 하와이안 빙수가 아무리 유명해도, 한국의 입자가 부드러운 빙수가 더더 맛있는 것 같은데, K-빙수가 유명해져서 뉴욕의 더 많은 곳에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네 엄청난 욕심입니다).
벱스에서 맛있게 먹었던 아이스크림 맛은 쿠키 앤 크림 그리고 Banana Split이다. 이곳에서도 하드 아이스크림 외에 소프트 아이스크림, 소르베, 초콜릿 딥, 와플 콘 등 모두 즐길 수 있으니 참고하자.
구글맵: https://goo.gl/maps/XfTAm9tAjPzmkjAb7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5시간 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