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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Oct 30. 2022

그만 짖으세요

초등학교 2학년

쉬는 시간. 복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듣고 있지나 몸집이 작은 소형견에 가깝다. 작게 울리는 소리, 부단히도 짖는 소리. 그러나 이것은 분명 강의실에서 나는 소리다. 열린 문 틈 사이에 작은 아이들이 있다. 2학년은 인간의 축소 모형이 아닌지 싶을 만큼 작아서 묘한 느낌을 준다. 그들은 주변에 큰 관심이 없다는 듯 그저 칠판에 그림을 그리며 집중하고 있다. 


누군가는 짖고. 누군가는 그리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말한다. 


"저도 아까 들었어요."


작은 몸에서 짖는 것인지라 우렁차지 않다. 리듬을 크게 주지 않고 규칙적으로 짖는다. 지친다는 것을 모르는 무의 상태로 짖는 것인가. 


"그만 짖으세요."


담임 선생님이 정중하게 말하자 아이는 


"싫어요. 계속 짖을 거예요." 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특강 때도 짖었고 정규수업 때도 짖었고 쉬는 시간에도 짖는다. 한 번은 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제 그만 짖기로 했나 싶었는데, 그가 잠시 짖는 것을 까먹었다고, 오늘은 좀 더 우렁차게 짖기로 결심하고 왔다고 대답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개 짖는 소리만 알 뿐, 얼굴은 모른다. 작디 작은 몸짓 사이를, 꺄르르 웃고 왈왈 짖는 틈새를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귀여움은 멀리서, 거리를 둘 때만 가능하다. 


"멀리서 봐야 귀엽죠."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며 마저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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