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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콜리 May 29. 2022

인생은 절대로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

#6

요즘에는 자기계발서가 참 많다. 나 역시 시중의 많은 자기계발서를 틈틈이 읽었다. 성공하고 싶었으니까. 거기서 시키는 대로 하면 성공하고, 그러면 행복해지는 줄 알았다. 대부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라고 조언한다. 시간은 금이니까 시간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고 한다. ‘아침형 인간’ ‘미라클 모닝’ 이런 신조어도 등장한다.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고부터 나의 인생은 항상 투쟁의 연속이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경쟁을 부추긴다. 오죽하면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도 있을까? 대학생일 때는 스펙을 쌓고 대학원에 합격하고자, 대학원생일 때는 졸업논문을 통과하고자, 취준생일 때는 회사에 입사하고자, 계약직일 때는 정규직이 되고자.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보다 잘되려고 치열하게 살았다. 나의 인생은 치열했고 동시에 빈곤했다.


암에 걸리기 전까지 나는 한 번도 쉬지 않았다. 남들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전에 한두 달 쉬면서 여행도 다녀오고 재충전의 시간도 갖는다고 하던데. 나는 휴식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오직 목표를 위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일만 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었다. 나는 암에 걸렸고, 건강상의 큰 위기를 겪으며 모든 일을 멈추어야 했다.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


암에 걸리고, 또 암이 재발하고 전이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분명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죽어가는 쪽에 가까웠다. 처음 암 선고를 받았던 2019년 겨울에는 죽어가고 있었고, 모든 치료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다시 불안해지고, 좀 나아지면 다시 살아간다.

결국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고 생각하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러려고 아득바득 산 건 아니었는데. 그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당장 내일 죽는다면 가장 후회할 일이 뭘까?


사람들에게 무심했던 일이다. 동생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귀찮아서 무시했던 일, 엄마가 청소 도와달라고 했을 때 하기 싫어서 짜증 냈던 일, 아빠에게 말 함부로 한 일, 회사 직원들에게 성의 없게 응대했던 일, 고등학교 동창이 지방에서 결혼식을 할 때 일 핑계로 가보지 않은 일, 친한 친구가 타지방으로 이사 간 후 나를 보러 자주 왔지만 나는 그 지역까지 한 번도 가지 않은 일 등.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성공하지 못한 것, 돈을 더 많이 벌지 못한 것처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일이 아니라, 내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았던 사건들만 떠올랐다. 그 사소한 일들이 내 성공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무시하거나 미루었는데, 사실은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었다.


일단 태어났으니 잘 살다가 잘 죽어야 할 텐데, 잘 죽는다는 것은 죽을 때에 후회되는 일이 많이 없어야 하는 것 같다. 결국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동시에, 어떻게 죽어가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고 있고, 동시에 죽어가고 있다.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향해 살아간다. 우리의 인생은 모두 죽음으로 끝나겠지만 어떻게 살다가 죽는지는 매우 다르다.


❚ 오늘을 살자


과거의 나는 미래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위해 현재를 지나치게 희생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불행한 현재를 사는 사람이었다. 물론 목표를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고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런데 그 목표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왜 그 목표를 이루고 싶은 건지 말이다.

만약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다면 놀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나 스스로 그 대학에 가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목표가 무분별한 성공인 것은 나를 슬프게 만드는 일인 것 같다.


인생은 경쟁이 아니다.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우월한 것도 열등한 것도 없다. 살아있는 생명은 다를 뿐이다. 인생에서 실패란 절대 없으며경험의 연속일 뿐이다.


현재를 열심히 살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성공만을 위해 현재를 지나치게 희생해서 그것이 자신을 괴롭게 하는 수준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쟁하지 말고 사랑하자. 주변을 불평불만하는 대신 나의 삶을 사는 데 집중하자.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는 지금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가 쌓여 결국에는 내 미래가 되는 것이니까. 5년, 10년 후의 나를 상상하며 오늘을 희생하기보다는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하자.


"과거는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고, 현재는 하느님의 사랑에, 그리고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십시오." *

 

미래가 내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인생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찌 보면 불필요한 일이다. 내가 30대에 유방암에 걸릴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다만 죽을 때 후회할 일을 더는 하고 싶지 않다. 타인의 인정, 10년 뒤의 행복, 미래를 위한 계획. 이런 것 말고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며 살기로 했다.


* 성 아우구스티노 《고백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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