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내와 겨털

by Hee언니

엘리베이터를 탔다. 뭔가 이상하다.

쾌쾌한 냄새가 난다. 이것은 암내가 확실하다.




신랑을 한번 쳐다봤다. 엘리베이터에는 우리 둘 뿐이다.

살짝 다가가 본다. 아닌 것 같다.


나인가.

아니다.


공기 중에 흩어져있는 냄새 분자들은 시간차가 존재하는 듯하다. 다행이다. 우리 둘은 아니다.







나잇살이 늘자 냄새 걱정도 늘었다. 괜히 냄새를 달고 다니는 아줌마가 된 것 같아 우울하다. 살이 쪄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데오도란트를 샀다. 스프레이로 살까 액체를 살까. 정신없는 아침에 액체를 발랐다가는 다 마르기 전에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찝찝하다.


스프레이로 샀다. 강력한 분사력 때문일까. 스프레이를 뿌리면 하얀 먼지들이 소복이 겨드랑이에 앉아있을 때가 있다. 스프레이 한 번에 욕실 가득 뿌연 향기가 진동을 한다. 액상 살걸. 항상 선택과 집중은 힘들다.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그렇게 좋다는 다 xx 섬유유연제 향기는 근처에도 못 간다. 향이 좋다는 이름난 향수를 뿌렸다가는 하루종일 머리만 지끈거리게 아프다.


향수를 뿌릴 수 없는 몸. 어차피 좋은 향기로 가리려던 냄새들은 향기의 흔적이 사라지는 순간 다시 떠오를 것이다. 가리려고 안간힘 쓰던 냄새들은 떠오를 때 더 짙어진다. 언젠가는 드러나는 내 몸의 냄새들. 가려지지 않는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




원인을 제거해야겠다.

엘리베이터 가득 내 여자의 향기를 뿜어내지 않기 위해 오늘도 겨드랑이 털을 밀었다. 늙으니 그렇게 많던 털도 잘 안 나는 것 같다. 근데 왜 다리털은 여전히 많은 걸까.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받아들여야겠다.

겨드랑이 털과 암내처럼.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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