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같은 출산은 없다.

by Hee언니

고개를 아래로 내려다보면 발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예정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남산만 한 배 크기를 보았을 때 셋째의 출산이 임박했음이 느껴진다. 첫째 때도 몸무게 30kg 추가, 둘째 때도 30kg 추가, 이번에도 역시 30kg이 늘었다. 더 이상 체중계에 올라가기도 싫다. 이 거대한 몸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다.


묘하게 배가 아픈 것 같다. 진통 체크 어플을 켜고 시간을 재본다. 가진통 같기도 하고, 진진통 같기도 하고. 세 번째인데도 긴가민가. 경산모 그것도 셋째니깐 길 가다 애를 낳을 순 없으니 한시라도 빨리 가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다. 일단 아프니 아이 둘을 신랑에게 맡겨놓고 병원으로 갔다. 순전히 집 앞이라 가까워서 가는 대학병원. 둘째가 태어날 때 이제는 교수님을 볼 일이 없겠네요. 안녕히 계세요. 영원한 인사를 해놓고 다시 왔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코로나가 한창 난리 부르스를 펼치고 있는 2020년 10월, 난생처음 받아보는 PCR 검사에 긴장을 했더니 배가 안 아픈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갈까. 기다란 면봉으로 인정사정없이 코를 훅 찌르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검사하는 선생님은 지쳐 보였고, 왠지 모를 공포감에 눈물에 손가락도 대지 못하고 멀뚱이 기다렸다. 차가워진 가을바람이 흐르는 눈물을 도드라지게 누르며 지나갔다.

드디어 병원 안, 산부인과 진통실로 들어갔다. 혼자 오셨냐는 간호사의 질문에 당당히 '네'라고 대답했다. 일단 보호자가 필요하면 부른단다. 혼자서 애 낳으러 간 용감한 산모는 마지막 출산을 얼른 해치우고 싶을 뿐이다.

진통 체크와 내진을 했다. 어라. 이럴 수가. 진진통이 아니란다. 망했다.


첫째를 낳을 때도 둘째를 낳을 때도 진통을 느끼고 병원으로 갔다. 바로 입원을 했고, 출산 준비를 했다. 이 진통이 그 진통이 아니었던가. 셋째인데도 진진통과 가진통을 구별하지 못하다니. 애 둘을 날로 나았던가.


이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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